
무지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부류가 바로 가짜들이다. 가짜들은 가짜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내고, 그래서 이 세상에는 가짜 물건들이 범람하고 있다. 가짜 인물군과 가짜 물건들은 서로 한 통속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고, 그 유기적인 관계로 해서 해악은 견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어떤 이는 수십년 전부터 석박사 학위 논문을 대필해주는 것을 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석사학위 논문은 한 편에 500만원, 박사학위 논문은 1천만원,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공정가격을 매겨놓고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가짜 논문을 써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그동안 배출된 석박사가 줄잡아 수백 명은 된다고 하니 그 수를 전국적으로 확대 계산해보면 어머어마한 숫자가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양산된 가짜 석박사들이 성스러운 캠퍼스에 우글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런 가짜들한테서 학문을 배운 대학생들의 실력이 오죽하겠는가. 그런 행태는 해외유학파라고 다르지 않다. 신정아 사건이 말해주듯 외국에서 가짜 학위를 받아가지고 와서 교수 행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자격증도 없는 가짜 의사들뿐만아니라 자격증이 있어도 가짜나 다름없는 엉터리 의사들도 수두룩하다. 해마다 전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의사들이 쏟아져나오다보니 실력은 뒷전이고 돈벌이에 급급해서 인간 생명을 상품처럼 주물러댄다. 얼굴을 망쳐놓은 가짜 성형외과 의사, 관절과 척추를 멋대로 수술해서 완전히 병신으로 만들어놓은 정형외과 의사, 돈을 받고 가짜 진단서를 마구잡이로 떼주는 양심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비리 의사, 여대생을 공기총으로 살해하도록 사주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기업체 사장의 부인이 의사가 떼어준 가짜 진단서를 이용해서 교도소가 아닌 일반 병원에서 편하게 지내왔다는 사실은 가짜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원전의 부속품들이 가짜라는 사실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가짜가 많은 것을 보면 원전 사고가 일어나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봐야 한다. 열을 이기지 못해 원전이 폭발이라도 할 경우 부산 울산 포항을 포함한 경상도 일대는 죽음의 땅으로 변할게 자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 사고를 예방할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문화 쪽을 들여다봐도 가짜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돈만 주면 무슨무슨 강사 자격증을 남발하고, 돈만 주면 문예지에 시 수필 따위를 실어주고, 그때부터 당사자는 평생 동안 시인 수필가로 행세한다. 시인 수필가가 이렇게 많은 나라도 아마 이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외국에 서너 번 갔다와서는 외국여행 전문가로 행세하는 등 가짜 전문가들도 제 세상을 만난듯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가 가장 숨어있기 좋은 곳은 정치판이다. 당선만 되면 가짜가 덮여버리니까 그때부터는 가짜 실력을 얼마든지 발휘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가짜는 양심이 없기 때문에 부패하기 쉽고, 자기가 무지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부끄러운줄 모르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 권력을 휘두르려고 기를 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가를 자각하는 것이고, 그럴 경우 우리는 적어도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성종 소설가·추리문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