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두고 청천벽력이라고 하나요? 내년 말에 새로 장만한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했는데, 이젠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요….”
 17일 남편의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아 든 김모씨(37)는 망연자실한 채 말을 잊지 못했다.
 이날 오후 인천시 서구 가정동 대우차 직원 임대아파트는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김씨처럼 내집 마련의 꿈을 키우며 12~16평 남짓한 집에서 옹기종기 살아온 대우차 생산직 직원들의 가족은 '설마…'하고 있다가 사측이 보낸 해고통지서를 받고선 한결같이 울분을 터뜨렸다.
 이날 이 임대아파트엔 대우차 직원 320가구 중 무려 108가구(34%)가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해고 통지서 발송 사실을 듣고 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직원들은 막상 통지서가 배달되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해고 통지서를 받은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대책을 논의했고, 옆에서 이런 남편들을 지켜보던 아내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강모씨(38·조립1부)는 “회사를 위해 성심껏 일했는데 결과가 너무 비참하다”며 “노조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행동지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 통지서를 받은 직원과 가족들은 “노조에 가서 사정이나 알아봐야겠다”며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서인천우체국 소속 집배원 하모씨(35)도 “대우차 직원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내는 일을 맡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18일 오후 3시께 부평공장 농성장. 이정란씨(34)는 “남편의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왔는데, 어제 오후 4시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았다”며 흐느꼈다. 그는 “남편(조립1부)은 결근 한번없이 성실히 일해왔는데도 이런식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조와 함께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또 엔진부에서 일하던 남편이 해고통지서를 받았다는 유원옥씨(33)는 “우리 가정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상상도 안되고 기가 막힐 뿐”이라며 울부짖었다. 임신 4개월이라는 유씨는 이날 억울함을 호소하며 공장 밖에서 2시간 동안 떨고 있다가, 정비공장 주변 철조망을 간신히 뚫고 공장으로 들어가 농성중인 남편과 합류했다. /車埈昊·李宇晟기자·Junh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