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 꼭 할 필요없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의미 있는건 의미있는 대로
국민과 진솔하게 마주할때
소통에 성공한것 아닐까
내일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날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 처음 100일은 여러 모로 상징성을 갖는다. 인수위 시절 다듬었던 국정 청사진의 대강(大綱)을 선보이고, 정부 직제의 확정과 내각과 청와대 인사 등을 통하여 임기 동안의 이념적 지향과 국정 추진의 밑그림을 확정하는 기간이다. 야당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언론과 국민도 차분히 새 정부의 지향을 지켜본다. 각종 개혁 정책의 기반도 이때 다져놓지 않으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통해서 임기 초의 국정성과를 설명하고, 향후 정책과 국정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던 이유이다. 따라서 취임초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선거때의 득표율을 상회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0일의 지지율은 대체로 50%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낮지만,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100일은 상징성 있는 정책이나 특징적인 산출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에서 개혁과 사정이란 단어를 쉽게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역대 대통령들과 대조를 이룬다. 정부직제개편이 늦어졌고, 각종 인사의 난맥이 취임초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윤창중 사건같은 대형 악재는 인사 실패의 상징이 되었고,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한 안보 위기의 무난한 관리는 급전직하했던 지지율을 5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관례적으로 해오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 이 시대 정치의 화두는 소통이다. 인수위 시절, 언론과의 '불필요한' 접촉에 대해 유난히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하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특종도 낙종도 없다'식의 불통 이미지 등은 국민과의 소통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윤창중 사건때의 청와대 참모들의 '부적절한' 사과 이후에 나타난 대통령의 반응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때의 사과 발언이었다. 대국민성명이나 담화, 기자회견을 통한 진솔한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제3자적 관점에서의 사과가 얼마나 국민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을까.
'박근혜 스타일'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창조경제 비전 선포식이 박 대통령 지시로 취소되었다고 한다.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 때문이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아직도 창조경제 개념의 애매모호성이 지적되고 있는 마당에 비전선포식의 의미를 크게 두기는 어렵다. 일회성 이벤트로 포장된 포퓰리즘적 행사가 진정성을 상실하고, 정치적 상징 조작에만 치우친 예는 많다. 과거 정권때 '국민과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김영삼 정권때의 '신한국인', 김대중 취임 초의 '신지식인' 등도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이미지 창출에 다름없다.
그러나 일회성 이벤트와 국민과의 부단한 소통의 시도는 구분되어야 한다. 취임 100일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여하히 부여하느냐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보느냐, 국민과의 소통으로 보느냐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소통은 단순히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 1조 1항과 2항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이 위임한 권력의 지출과 수입의 명세를 주인에게 보고하는 것은 소통의 차원을 넘는 의무이다. 기자회견에 인색한 대통령이 될 필요는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의미있는 것은 또한 그것대로 진솔하게 국민과 마주할 때 소통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