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관리
재벌가 사모님 살인교사로
무기징역인데 병원서 호위호식
정치권·고위직인사 죄 지으면
병원특실 호화판 수감생활…
이런 뉴스에 국민들은 '허탈'
요즘 아이들과 뉴스를 공유하는 것이 부끄럽다. 학교에서는 정의를 가르치고, 종교기관에서는 각종 계율을 통해 모범적 삶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고, 부모는 각종 가치와 윤리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을 지키며 살기를 강요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은 이와는 정반대다. 지난 몇 달간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우리 사회가 왜 이러나?
가정 안에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부모는 자녀의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된다. 당연히 부모-자녀 간 존중과 존경은 가족 내 갈등이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국가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법과 제도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모든 국민이 적용되는 법과 제도를 신뢰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안정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로 국민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떤가?
최근 발표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재계는 물론 금융인, 문화인을 넘어 대학 총장까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급기야 6월 3일 3차 폭로에서는 전직 대통령 아들 이름과 함께 그동안 숨겨온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들 이름으로 조세피난처에 가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분노의 근본은 알 만한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의 매국 행위에 대해서 뿐 아니라 뉴스타파라는 민간인 탐사보도팀이 돈세탁 가능성과 조세피난에 대해 보도하기 전까지 정부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서다. 정말 몰랐을까? 박사 학위를 받고도 돈과 연줄이 없어 시간 강사를 전전하며 받는 월 50여만원의 강사료에서조차 세금을 꼬박꼬박 받아가는 세무당국이 이들을 몰랐다고 하면 국민 누구도 안 믿는다. 국민은 초록이 동색이라고 믿지만 아무 말도 안 한다. 다만, 조세 회피할 만큼의 돈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내가 죄라고 한탄을 할 뿐이다.
10년 전 꽃다운 한 여대생을 처참히 죽이도록 사주한 재벌가 사모님이 무기징역을 받고도 지난 10여년간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 특실에서 호위호식을 하며 너무 잘살고 있다고 지상파 한 방송이 집중 보도를 하였다. 죄없는 자식 잃은 부모의 분노와 녹아내린 애간장은 안중에도 없는 병원과 사법당국의 처사를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볼까?
재판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재벌가 회장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님들은 수감만 되면 모두 지병이 도지는 약골들이신가 보다. 모두 휠체어에 의존해 재판을 받는 것을 보면. 최근 아들바보로 잘 알려진 어느 그룹 회장님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병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중이라고 알려졌다. 재판장에 나오는 모습은 너무 초췌한 모습이지만 국민은 대부분 안다. 의료인들은 입원 사유로 알려진 병명을 들으면 웃는다. 왜 웃을까?
그뿐 아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정치권, 정부 고위직은 교도소에 들어갈 정도의 죄를 짓기만 하면 대부분 지병으로 병원 특실행이다. 공천 헌금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아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까지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 특실에서 호화판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때 국민은 진짜 허탈해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대부분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국가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모든 사회적 손실은 누구 책임인가?
뉴스타파 보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실제 교주의 아들인 총장은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면 산하 어느 대학에 다시 총장으로 가거나 아님 그 학교가 소속된 학교재벌의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될 거다. 휠체어 재벌 총수는 환자복을 벗은 지 일주일 후면 종횡무진 휘젓고 다시 세상을 호령할 거다. 취재가 시작되면서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는 그 재벌 사모님도 눈여겨볼거나. 어느 날 또 무슨 병명으로 특실을 차지하고 있을지. 지금 뉴스타파 보도로 부산하게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세무당국의 활동도 눈여겨볼 게다. 그 칼이 언제 칼자루로 안전하게 들어가게 될지. 침소봉대 진단서를 써주는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물론 법조계는 말할 것도 없다.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 6월을 무겁고 답답하게 맞이한다. 우리 사회는 왜 이러나!
/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