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곳서 4년이상 근무못해
인력수요 줄어 타 학교 못가
"교육당국 고용안정 무관심"
강사, 무기계약 전환 목소리


학교의 '을'이라 불리는 영어회화 전문강사(이하 영어강사)들이 오는 8월부터 줄줄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 2009년 9월부터 영어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30대 여성 A씨는 최근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도저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겠다"고 푸념했다.

같은 학교에서 4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최초 계약 후 4년이 되는 오는 8월이면 학교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교육청에 문의도 해봤지만, 교육부 방침상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영어강사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학교의 영어강사 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와 같은 시기에 채용된 다른 영어강사들도 오는 8월이면 학교를 떠나야 하는 '풍전등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에서 근무하고 있는 영어강사는 총 320명이다. 이 가운데 2009년 8월 고용된 10여명이 오는 8월이면 4년 동안의 계약기간이 만료돼 학교를 떠나게 된다. 내년 2월이면 4년 계약이 만료되는 영어강사는 1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영어강사가 교과교실제 강사, 영어교과 전담교사 등과 역할이 중복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각 학교에서의 수요가 매년 20%씩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어강사들은 기간제법상의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4년이 지나면 근무하던 학교와 재계약할 수 없다. 다른 학교 영어강사 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오는 8월 이후부터 영어강사들의 대량 해고사태가 우려되는 이유다. 영어강사들은 교육부와 시교육청에 대량 해고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학비본부 인천지부 권형은 조직국장은 "영어강사에 대한 수업만족도와 사교육 쏠림방지 효과가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이들의 고용안정에 대해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4년이란 긴 시간을 근무하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임이 이미 증명됐기 때문에 즉시 무기계약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중등학교에서 영어교사 자격증 또는 영어교육 전문가 과정(TESOL) 자격증 등을 취득한 계약직 강사를 채용, 영어회화 수업을 진행토록 한 제도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초·중등학교의 영어회화 교육을 강화하고, 국제적 수준의 영어구사능력을 갖추게 하고자 이 제도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