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29일 폐업한 진주의료원 입구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연합뉴스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진주의료원 문을 다시 열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는 주민투표가 과연 이뤄질지가 여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6일 경남도의회 야권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주민투표추진운동본부'는 오는 10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투표 추진 입장을 공식화하고 향후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운동본부에는 민주노총, 농민회,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아이쿱 생협 등이 참여하고 정당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표가 성사되면 주민투표제 도입 이후 순수하게 주민 요구로 투표가 이뤄지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남 남해군을 비롯해 경주시 등이 주민투표를 시행한 적이 있지만 모두 단체장의 요구로 이뤄졌다. 서울시의 경우 주민 서명을 받았지만 단체장이 지지자를 동원한 경우라고 경남도는 설명했다.

민주개혁연대는 주민투표 청구인대표 증명서 교부 등 사전 절차를 거쳐서 다음 달 서명작업에 들어가 빠르면 오는 10월, 늦으면 내년 2월께 투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도지사가 청구인대표 증명서 교부나 앞으로 구성될 주민투표청구심의회 심의과정에서 주민투표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으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도청 안에서 나오고 있다.

홍준표 지사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경남도는 이와 관련해 말을 극구 아끼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개혁연대 측은 "주민자치법이나 주민투표법, 주민투표 조례 어디에도 도지사가 주민투표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며 투표 시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홍준표 지사가 주민투표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15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비용을 전액 도비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도 큰 과제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를 처음에 누적적자 때문이라고 내세운 바 있고 도 부채가 1조원을 넘어 재정건전화 비상대책을 시행하는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주민투표를 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다.

개혁연대 측도 이 점을 고려해 "주민투표에 상당한 예산과 행정력이 들어가는 만큼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철회하고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주민투표 시기가 내년 초로 결정되면 6월 지방선거를 불과 4~5개월 앞두고 이뤄지는 것도 반대론자들의 공격 빌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연대는 지난 5일 홍 지사에게 의료원 폐업 철회, 사회적 대화 수용, 주민투표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 7일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답변이 없다면 주민투표 추진본부가 투표 진행을 공식화한다는 방침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관해 최근 몇 차례 시행한 여론조사는 조사 주체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다.

경남도의 조사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폐업 찬성이 많았으나 야권의 조사에서는 모두 반대가 많았다.

주민투표 결과 폐업 반대로 결론이 날 경우 진주의료원 폐업 조치는 효력을 잃는다.

주민투표법에는 지자체와 의회는 주민투표 결과 확정된 내용대로 행정·재정상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2년 안에는 확정된 사안에 대해 이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할 수도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성사시키려면 도내 유권자 260만명의 5%인 13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구해야 한다.

폐업을 무효로 하려면 주민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