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적으로 풀어낸것 성과
작품 자체의 생명력 있어…
실패작으로 남지는 않을것"
"흥행이라는 단어는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관객들의 큰 주목을 받고 흥행이 되니까 아직은 잘 와 닿지가 않아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출한 장철수(39) 감독은 본격 상업영화에 도전한 첫 작품으로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선 기록을 실감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은밀하게…'는 지난 5일 개봉하자마자 첫날 49만8천 명, 둘째날 91만9천 명을 모으며 한국영화 사상 개봉일 최다관객 기록, 일일 최다 관객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최단기간 100만(36시간 만), 200만(72시간 만), 300만(5일 만) 관객 돌파 기록까지 쓰면서 신들린 듯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주연배우인 김수현의 티켓파워와 웹툰 원작의 팬덤을 결합시켜 상업영화로 빚어낸 것은 온전히 감독의 몫. 반대로 이렇게 좋은 조합을 가지고 실패했을 경우 져야 하는 책임 또한 온전히 감독의 몫이기에 장 감독은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워낙 기대치가 높아서 웬만큼 잘 되지 않으면 잘했다는 소리 못 듣겠다 싶었는데, 손익분기점(220만 관객)을 빨리 넘겼다는 게 다행이에요. 최소한의 의무는 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큰 부담을 안고도 그가 이 작품에 뛰어든 건 원작이 지닌 주제의식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드는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이 그리는 청춘들의 비극이 이 시점에 꼭 다뤄야할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웹툰은 대중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으면서 문제의 핵심도 잘 짚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꼭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김기덕 감독 밑에서 영화에 입문해 '사마리아'(2004)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해안선'(2002)의 조연출을 한 뒤 데뷔작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국내 유수 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던 그가 차기작으로 상업영화 '은밀하게…'를 택했을 때 다소 의외라는 시선도 있었다.
"사람들이 저에 대해 '김기덕 같은 영화를 할 거다'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걸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대중적인 영화를 하려고 했죠. 그런데 신인감독에게 절대 안 맡기는 분위기가 팽배해서 투자를 못 받았어요. 결국 저예산밖에 길이 없었죠."
이번 영화에 평단의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는 이 영화가 실패작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평론가 별점이나 관객수가 기준이 아니라 작품의 생명력이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나왔든 생명을 유지하면서 자기 수명만큼 살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자기 생명력을 갖고 오래 살 것 같아요. 대중적인 영화로 풀어낼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어요. 감독으로서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고 앞으로 더 올라갈 데가 많으니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