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본수 인하대 명예교수
특목·특성화·자사고 늘면서
일반고교 설자리 점점 줄어들어
경쟁력 키우는 노력부족도 원인
학업 부적응 학생 직업교육과
고입전형 전·후기 나눠 선발 등
공교육기반 쌓기부터 선행돼야


지난 3월에 주요 일간지에 일반고 위기에 관한 내용이 연일 보도되었던 적이 있었다. 공교육의 근간이자 전체 고교생의 약 72%가 재학하고 있는 일반고의 위기는 공교육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반고의 위기가 더 심각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소재 일반고의 한 교사는 "수업시간에 한 반 35명 중 공부하는 5~6명을 제외하곤 스스로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며 포기하고 엎드려 잠을 자거나 딴 짓을 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라서 교과지도는 물론 생활지도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인천에 있는 어떤 일반고 1학년에서만 특성화고로 전학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이 수십 명에 달하며, 이들은 기초학력이 부족하고,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기술을 배우고 싶어한다고 한다. 일반고는 이들 때문에 소수의 상위권 학생과 대다수의 하위권 학생간의 학력격차가 너무 심각하며, 이 학생들의 70%정도가 중간적인 목표나 꿈조차도 없다고 한다. 일반고 교실의 위기는 교사들까지 무력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기도의 한 일반고 교사는 "수업 중 시끄럽게 하는 학생들과 실랑이라도 하는 교사는 일부이고, 사실 대다수의 교사는 그냥 포기한다"고 전했다. 일반고의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열패감에 눌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반고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 첫째 원인으로는 지난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이 정책은 고교 유형을 다양화하여 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취지였다.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자율형 공립 고등학교 등 워낙 '특별한' 학교가 늘어나면서 특별하지 않은 일반고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이 정책은 고교의 수평적 다양화가 아니라 수직적 서열화를 가져왔다. 우리나라 2천303개 고교 중 일반고는 1천529개교이다. 상대적으로 공교육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일반고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우를 초래하게 되었다. 즉 일반고의 위기는 정책 불균형과 교육여건에 있어 동등한 출발점을 만들어 주지 못한데 기인하고 있다.

둘째, 고등학생 선발이나 배정과 관련된 고입전형방식이 일반고의 위기를 예견하게 하였다. 고등학교 신입생의 선발은 전기와 후기로 시행되고, 전기에는 특목고, 특성화고, 자사고의 학생을 먼저 선발하고 난 후 나머지 학생과 특성화고를 탈락한 모든 학생을 한명도 빠짐없이 후기에 일반고로 배정한다. 중학교 2~3학년 정도의 학업능력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일반고에 배정되어 지루하고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이다. 셋째, 일반고의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반고는 특목고에 비해 학생들의 내신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학교의 특성을 반영한 진로교육시스템의 미흡이나 부재가 일반고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면도 부정할 수 없다.

일반고 위기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위기에 처한 일반고가 살아날 길은 분명히 찾을 수 있다. 교육의 저변을 형성하는 공교육의 기반을 살려놓고 상향시켜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고교 체제를 부분적으로 개편하여 직업교육 체계를 다양화시켜야 한다. 당분간 학업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을 시험적으로 시도하는 대안 직업학교를 운영하면서 직업교육 체계를 확립하는 방안을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다. 둘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선발시기 구분)를 개정해야 한다. 즉 고입전형시기를 전기고, 후기고로 나누어 전기에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를 먼저 뽑고, 후기 일반고에 나머지 학생을 모두 배정하는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 이 선발(배정)방식은 일반고의 위기를 더욱 고착화할 것이다. 특성화고의 학생 선발을 전기와 후기에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일반고에서도 학업 부적응 학생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이동식 수업을 활용하여 학업 수준이 낮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내용을 제공하려는 열정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일반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열정 등 자구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본수 인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