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식아, 얼마만이냐. 살아 있었구나.” “어머님, 통일이 머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정정하세요. 가족이 함께 모여 살 날이 있을 거예요.” 2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51년만의 모자상봉'을 한 허계씨(92)는 북에서 온 아들 김두식씨(70)의 손을 꼭 잡은 채 눈물만 흘렸다.
50년 7월 수원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던 두식씨는 전쟁이 발발하자 '고향 과수원을 둘러보러 간다'고 집을 나갔다가 이후 소식이 끊겼다.
허씨는 아들이 가져온 3남3녀의 손자·손녀와 증손자들의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네 아내 사진은 어디 갔니”라며 '북쪽 며느리'에 관심을 보였다.
허씨는 사진을 보다가 “죽은 듯이 연락도 없던 너를 다시 보게 돼 반갑기는 하지만 내 나이를 생각하면 이제 두번 다시 너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두식씨는 우는 어머니를 달래며 “어머니의 증손자가 지난해 고등중학 컴퓨터 대회에서 1등을 했고, 곧 김책공대에 들어가요. 어머니, 손자·손녀들도 모두 대학을 나와 시집 장가를 갔어요”라며 어린애처럼 자랑을 했다.
그러나 어머니 허씨는 51년만의 아들을 만난 기쁨과 곧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을 얼굴에 드리운 채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듯 맞잡은 두손을 내내 놓지 못했다.〈임시취재반〉
“어머님, 통일이 머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정정하세요."
입력 2001-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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