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명의로 유령회사를 설립해 창업자금을 대출받거나, 보증능력이 없는 노숙자를 보증인으로 내세워 대출금을 받아 챙긴 사기조직 4개파 17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검사·이중훈, 주임검사·유영하)는 28일 홍모씨(33·부평구 십정동) 등 사기조직 총책과 노숙자 관리담당 이모씨(33·남동구 간석동), 명의를 빌려주고 사례비를 챙긴 전모씨(56·서울 마포구)를 비롯한 노숙자 3명 등 12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범죄에 단순 가담한 최모씨(39·남구 주안동) 등 노숙자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강모씨(45·여) 등 달아난 총책 2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변제능력이 없는 노숙자 최모씨(39·불구속)를 속칭 '바지보증인'으로 세운 뒤 다른 사람 명의로 1억600만원을 대출받고,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꾸며 은행에서 6천50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다. 홍씨는 또 최씨 명의로 운전면허증을 위조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승용차 할부구입용으로 700만원을 대출받는가 하면 현금서비스, 카드할인으로 2천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같은 혐의로 구속된 윤모씨(42·총책)는 노숙자 전씨 명의로 유령업체를 설립하는 것처럼 꾸며 생계형 창업자금 3천만원을 대출받고 허위 임대차계약서로 금융기관에서 4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이씨는 서울역과 성남 모란시장 일대에서 노숙자를 유인한 뒤 범행에 이용할 때까지 3~4개월간 이들을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달아난 강씨 등은 노숙자를 보증인으로 내세워 다른 사람 16명의 명의로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밖에 은행원 출신인 윤모씨(44·부평구 산곡동)는 지난 99년 4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25차례에 걸쳐 자신이 재직하던 금융기관에 홍씨 등의 대출 20억원 상당을 알선해 주고 4천600여만원의 사례비를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의 대출사기 금액은 모두 8억7천여만원에 달한다.
 이모씨(37) 등 구속된 노숙자 3명은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500만~1천200여만원의 사례금을 받아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훈 부장검사는 “노숙자를 이용한 대출사기 등 각종 범죄행위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노숙자를 유인해 범죄조직에 알선해 주는 공급책을 색출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李榮宰기자·young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