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에 적발된 노숙자 대출사기단은 각종 금융기관 대출을 계획·주도하는 총책을 정점으로 서울역과 성남 모란시장 등지의 노숙자들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특히 서로 정확한 인적사항도 모른 채 휴대폰 번호만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등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다양한 수법으로 대출사기극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임차보증금이 걸려 있거나 기존의 대출 등으로 사실상 담보가치가 없는 부동산을 헐값으로 구입한 뒤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거나 대출브로커를 내세워 노숙자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또 변제능력이 전혀없는 무자격 노숙자를 많게는 10여차례까지 보증인으로 내세워 타인 명의로 대출케 한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도 썼다. 노숙자 명의로 여러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속칭 '카드깡'을 하는 방법도 동원했다. 검찰은 노숙자를 '바지보증인'으로 세우고 다수의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해 노숙자 1인당 많게는 1억4천만원까지 챙겼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노숙자 명의로 유령업체를 설립한 뒤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은 은행에서 대출받는가 하면,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필요한 운전면허증을 위조, 할부금융사를 통해 대출을 받는 등 공문서 위조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금융기관간 전산망 연계시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태백시, 원주시 등 지방소재 신협이나 종교단체의 소규모 신협, 할부금융사 등을 범행대상으로 삼는 치밀함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기단은 노숙자 명의를 철저하게 악용,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모두 받아낸 노숙자 이용 대출사기의 종합판”이라고 말했다.
/李榮宰기자·young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