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자'는 '놈 자(者)'자로 '여섯 놈 회담'이란 뜻이다. CNN, ABC 등 미국 방송이나 아리랑TV에선 또 '6자 회담'을 '식스 파리(party)'로 발음해 '여섯 마리의 파리'처럼 들린다. 그건 '여섯 놈'보다도 더 고약한 호칭이 아닌가. 그런데 중국에선 '6자 회담'을 '육방 회담(六方會談:리우팡후이탄)'이라 한다. 여섯 모(角)의 '6면체 회담' 또는 '6편 회담'이란 뜻이니까 '놈'이나 파리보다야 좀 나은 게 아닐까. 그러나 중국어의 '者'자는 이 것, 저 것 가리킬 때의 물건이란 뜻도 있어 글렀고 '方'자 역시 한 개, 두 개 셀 때도 쓰이니 좋지 않다. 어쨌거나 지난달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을 찾아간 북한 김정은의 특사 최용해가 '6자 회담'을 제의한 후 이 용어는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14일자 인민일보는 '韓美日 六方會談이 19일 華盛頓(화성돈→워싱턴)에서 열린다'고 보도했고 '조태용 한국 외교부(외무부) 한반도화평(평화)교섭본부장, 戴維斯(대유사→데이비스) 미국 국무원(국무부) 對朝(대조)정책특별대표, 스기야마신스케(杉山晋輔) 일본 대양주국장이 단장'이라고 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건 '韓美日'로 한국을 미국보다도 앞세웠고 '조선반도'를 '한반도'라 표기한 점이다. 그건 천지개벽에 버금가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중국 안중(眼中) 비중이 그만큼 무겁다는 변화 아닌가. 탕지아쉬엔(唐家璇)이라면 외무장관을 지낸 중국 외교가의 거물이고 일본에서도 오래 근무한 중·일우호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오는 27일의 베이징 한·중정상회담은 최근의 러시아, 미국과의 정상회담과 함께 가장 중요한 회담"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韓美日' 표기처럼 한국 우선시(優先視), '조선반도'가 아닌 '한반도'로 불러주는 그런 국가적 위상(位相)의 한·중 관계야말로 절실하다. '남측이 당국자 회담을 고의로 무산시켰다'는 북한측 주장을 엊그제 아사히(朝日)신문은 '부치코와시타'라고 옮겼다. '엉망으로 깨뜨리다' '때려 부수다'는 뜻이다. 남쪽에서 그랬다고? 북한은 그러면서 어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다. 저들의 속셈이 도대체 뭘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