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은 이번 기각 결정으로 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의 사건심리 구조에는 큰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조세심판원이 이 사건을 맡은 것은 지난해 4월이다.

사건을 배당받은 심판관실은 5회나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갖기 전에는 매번 특별한 자료들을 취합하고 검토하게 마련이다.

이번 사건은 지방세 사상 최대의 금액이었기 때문에 심판관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건 접수 9개월여 만인 지난 1월 심판관들은 OCI의 논리가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그런데 조세심판원장은 이 기각 의결을 심판원의 최종 결정사항으로 하지 않고 합동회의라는 절차를 더 거치기로 했다. 2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 조세심판원이 새 정부의 입맛대로 판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내부 심판관들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합동회의에서 한 번의 표결로써 뒤바뀔 수 있는 구조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도 이번에 드러났다.

외부 전문가들이 대기업의 로비에 휘둘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부 심판관 중 1명은 올 초 인천시가 추징 조치를 취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막판 고심하고 있을 때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OCI의 논리를 대변하기도 했다. 이때는 조세심판원에 사건이 청구되지도 않았을 때다.

또한 여러 심판관들이 대형 회계법인이나 대형 로펌과 직간접적인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는 얘기도 많았다. 대기업 사건에 외부 심판관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몇몇 외부 심판관들을 사건 판정에서 제척시켜 줄 것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세심판원의 외부 심판관 임용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번 1천700억원 세금 사건은 조세심판원의 존재 이유와 나아갈 바를 이래저래 확실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정진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