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니콜 바샤랑 등 지음, 강금희 옮김, 이숲 펴냄, 384쪽, 1만8천원)

여성학자가 아니라 인류학자, 철학자, 역사학자들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당연히 이 책은 여성학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기도 한 '여성의 관점'도 벗어나 인류학·철학·역사학의 관점에서 여성을 바라본다.

이야기는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니콜 바샤랑이 이들 전문가와 대담 형식으로 풀어냈다.

가장 먼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이는 세계적인 인류학자인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그녀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여자들이 종속적인 상태에 놓이게 된 원초적인 시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선사시대에 여자들이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에 내놓는 여자들이 왜 '제2의 성'이 됐는지, 여성의 '본성'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특히 그녀는 남자들이 어떻게 자기 아내의 '아이를 생산하는 특권'을 수탈해 왔는지를 돌아보고,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항상 남자가 여자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로 여겨졌던 이유도 파헤친다.

두번째 이야기를 맡은 저명한 철학자 실비안 아가생스키는 위대한 철학자들, 현자들, 사상가들이 모두 남자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여성을 어떻게 완벽하게 밀어냈는지를 설명한다.

객관적이라는 철학서들조차 남성적 관점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여자들이 공정한 위치와 남녀평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도 이야기 해준다.

아울러 성의 차이는 보편적인 만큼 '중성(中性)'이 아닌 '혼성(混性)'의 세계를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여성의 역사라는 분야를 개척한 역사가 미셸 페로가 맡았다.

그녀는 여자의 일생이 태어날 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여성들이 교육 받고, 스스로 직업을 선택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원하지 않는 임신에서 벗어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길고 긴 투쟁의 역사를 상세하게 들려준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