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까지는 아이들에게 일본뇌염 예방을 위한 생백신(live vaccine)을 맞힐 수 없고, 사백신(killed vaccine)만 접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짧은 시간 안에 생백신 국내 수입 재개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산하 일본뇌염 분과위는 20일 발표한 '하반기 일본뇌염 예방접종 기준'을 통해 "올해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처음 받는 소아는 사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하고, 생백신을 1회 접종한 소아의 경우 생백신 공급이 재개된 후 2차 접종을 받아달라"고 권했다.

생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 병원체의 양을 조절하고 실험실에서 변형한 뒤 몸 속에 넣어 병은 일으키지 않으면서 면역만 키우는 방식이다. 사백신은 병원체를 배양한 뒤 열·화학약품 등으로 죽인 뒤(불활성화) 백신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일본뇌염 사백신의 경우 생후 12~35개월에 세 차례, 만 6세와 12세에 각 한 차례씩 모두 5회 접종이 필요한 반면, 생백신은 12~35개월에 두 차례만 맞으면 된다. 사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 지원 대상으로 거의 무료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생백신은 3만5천~4만원의 접종비를 부모가 내야한다.

지난해 예방접종 전산등록자료에 따르면 일본뇌염접종을 받는 아이들 10명 가운데 9명은 사백신을, 나머지 1명 정도만 생백신을 맞고 있다. 올해 생백신 접종이 어려워진 것은 생백신 수입이 작년 12월 이후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내 수요 생백신은 전량 수입하는데, 현재 허가된 품목은 한 수입업체(글로박스)가 들여오는 중국산 생백신으로 주 원료인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미국산 알부민 등을 섞은 약이다. 그러나 이 백신에 사용되는 알부민을 생산하는 미국 공장이 작년 10월 허리케인으로 파괴돼 생산이 중단됨에따라 국내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업체가 새로 공장을 짓거나 고쳐 알부민을 다시 생산해도, 성분 제조시설 변경 사항을 반영해 국내 검정을 거치고 허가 내용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빨라야 올해 연말께나 생백신 수입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여러 일본뇌염 생백신 제품 가운데 한 품목만 수입되는 이유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백신이라는 대체제가 있어 생백신 시장 점유율이 10% 정도에 불과한데다 최근 추세가 고품질 사백신을 개발하는 쪽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생백신 수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일본뇌염을 맞히는 경우 사백신을 사용하면 되지만, 문제는 생백신을 이미 한 차례 맞은 아이들이다. 접종 권장 기준에 따르자면 두 차례 맞아야하는데, 연내 2차 접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뇌염 분과위는 "생백신 접종 과정에서 1차와 2차 사이 시간 간격이 다소 크더라도 일본뇌염 감염 위험도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부모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생백신 1회 접종 후 예방 효과가 96%이상이고, 1회 접종 효과가 5년 이후까지 지속된다는 해외 연구 결과까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도·캄보디아 등 일본뇌염 발병이 잦은 나라에서는 1회 생백신 접종만으로 예방 작업을 마치고 있다.

그래도 일부 부모들은 미덥지 않아 생백신을 이미 한 차례 맞은 아이에게 올해부터 다시 사백신을 접종할 수도 있지만, 이는 전문가들이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다. 생백신과 사백신의 교차 접종은 유효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는 일본뇌염 예방을 위해 모기 활동이 활발한 7~10월까지 방충망(모기장)을 사용하고 밤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며, 불가피한 경우 긴소매·바지의 옷을 입거나 기피제를 사용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예년 사례로 미뤄 일본뇌염 경보는 다음달 중순께 발령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