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근로자들의 무더기 정리해고와 협력업체 부도 등으로 지역경기가 악화되면서 지역 상권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인들은 “문을 닫거나 다른 도시로 옮겨 장사를 해야 할 판”이라며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 낮 12시 30분께 부평구 청천동 대우차 부평공장 인근의 K복집. 대우차가 '잘 나갈 때'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대우차 직원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벼 대기표를 나눠주었을 정도였지만 이날 손님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 대우차가 최종부도 처리된데 이어 지난달 16일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이후 부평지역의 상권은 이처럼 바닥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오후 7시께 부평 문화의 거리 인근 상가. 옷가게를 비롯 100여개의 각종 상점이 밀집한 이 곳 역시 주민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예전에 비해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에 아우성이다. 더욱이 매일 시위와 집회를 막기 위한 대규모 경찰 병력이 배치되면서 그마나 있던 손님마저 끊기는 상황이어서 상인들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상인 홍경희씨(32)는 “매일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경찰이 검문과 순찰을 강화하는 마당에 무슨 장사를 하겠냐”며 “아예 우리가 손님을 끌기 위한 이벤트 행사를 개최한다고 집회신고를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대형백화점의 매출도 뚝 떨어졌다.
L백화점은 주말 평균 8억여원의 매출을 보였으나 대우차 사태 후엔 그 절반을 채우기도 어렵다고 한다. 의류매장에선 “옷 한벌 팔기도 어려워 도저히 장사를 못해 먹겠다”는 푸념이 저절로 터져 나오고 있을 정도.
각종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연수구 송도지역의 사정도 나빠졌다. 상당수 대우차 협력업체들이 부도를 내거나 자금난을 겪으면서 남동공단과 인접한 대형 음식점들이 요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갈비집으로 꼽히는 송도공원의 경우 예전에 비해 매출이 40% 정도로 떨어졌다고 한다. 송도공원 조홍길 사장(47)은 “대우차 부도와 협력업체 도산, 지속되는 경기침체 등으로 갈수록 송도지역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간 많은 음식점들이 종업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李喜東·車埈昊기자·Junho@kyeongin.com
대우차 사태로 지역상권 혼수 상태
입력 200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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