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
지난 3일 새벽 5시경, 구급출동명령이 내려 졸린 눈을 비비며 구급차에 올랐다. 새벽 3시까지 야간근무를 한 탓에 대기실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인터였지만 아직 눈커풀은 무거웠다.
하지만 무전기에서 토해내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며 현장에 출동했다. 무전내용은 만성질환 병력의 노인환자를 서울로 이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부터 내린비로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달린후 현장입구에 도착하니 신고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간암병력의 할아버지는 10일전 서울 모병원에서 퇴원, 집에서 요양중이었으나 금일 새벽부터 호흡곤란과 언어장애가 발생, 재입원을 원했다.
건강상태를 검사해 본후 불안정한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이송을 결정, 가족들과 함께 구급차에 올랐다.
환자의 호흡을 위해 반좌위 자세를 취하며 산소를 공급하고, 10분 간격으로 혈압과 맥박, 호흡 등을 검사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했다.
동승한 환자의 부인(할머니)은 흔들리는 차안에서 까칠까칠하고 힘없는 환자의 손을 잡은뒤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마. 기운내”라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까지 먼길을 가는동안 잡은 손을 놓지 않는 이들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아픈 사람에게 가장 좋은 약은 좋은병원과, 좋은약, 좋은 치료보다 세상에서 단한사람인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라 생각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할머니는 새벽에 고생했으니 가는길에 해장국이라도 먹고 가라며 주머니에서 쌈짓돈을 주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 구급대의 임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자 할머니는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 등을 설명한 후 병원문을 나서니 벌써 환한 아침해가 밝아왔다. 돌아오는길에 한강둔치에서 노부부가 다정히 손을 잡고 아침산책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됐다.
지난 4일 새벽,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온다. 그들이 보여줬던 살신성인과 희생봉사 정신은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이 기억될 것이다.
고인들이여. 화재도, 사고도 없는 먼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김포소방서 북변파출소 구급대원 소방사 이송원>
김포소방서>
'사랑의 힘'
입력 2001-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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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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