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특위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가 열리고 본회의에서 국정조사요구서가 처리되면 다음달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개원이래 처음으로 국정조사를 받게 된다. 국정원이 국정조사를 받게 될 것이란 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무튼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일이다.
국정조사와 관련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정원 댓글' 의혹 관련 국정조사가 순조롭게 잘 진행돼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국정원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성역을 없애고 결실을 거둠으로써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받는 국정원으로 거듭 태어나는, 국정원 개혁의 커다란 기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당 대표의 기대처럼 우리도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거듭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정원의 역사를 뒤집으면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역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안기부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국내 정치에 수없이 관여해 왔다. 6공화국과 문민정부 시절 비밀도청팀 '미림팀'을 만들어 정치인들을 도청, 감시하고 북풍사건, 세풍사건, 총풍사건으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는 등 정치 개입은 국정원의 단골메뉴였다. 김대중정부 시절 국정원장인 임동원, 신건씨가 불법 감청에 관여한 혐의로, 김영삼정부 시절 국정원장이던 권영해씨도 '총풍'과 '북풍' 등 각종 공안사건 조작 및 대선자금 불법 모금사건 등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 국정조사가 우리의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특위 구성이나 국정조사 범위, 대상기관이나 증인채택 등을 둘러싸고 여 야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이다. 벌써부터 새누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역의 대통령'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민주당이 남재준 원장을 향해 '불법 공작정치의 행동대장' '제2의 윤창중'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실망스럽다. 어찌됐건 국정원은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야 역시 흠집내기보다 국정원이 개혁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드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만일 늘 그랬던 것처럼 힘겨루기 장으로 전락시키는 한심한 작태를 연출할 경우 어느 쪽이건 국민들로부터 심한 역풍을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정쟁을 위한 국정조사가 돼서는 안된다
입력 2013-06-2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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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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