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런 글을 남겼다. '짐승에는 식욕, 성욕, 물욕 등 갖가지 욕망과 본능이 있다. 그러나 한가지 신기한 것은 어떤 욕망의 경우에도 스스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돼지는 아무리 맛있는 먹이가 있어도 배가 터지도록 먹는 일이 없다. 개는 아무리 예쁜 상대가 있어도 때를 가리지 않고 교미를 하는 일이 없다'. 러셀이 이런 글을 쓴 것은 짐승과 인간의 차이를 견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천한 동물이 때로는 인간보다 낫다는 뜻이다. 인간은 어떤가. 작은 권력을 가지면 더 큰 권력을 원하고, 작은 부를 손에 쥐면 더 큰 부를 갖고 싶어 어쩔줄 몰라한다. 그들의 뇌구조는 평범한 우리의 뇌 구조와는 다르다. 그들에게 만족이란 단어는 아예 없는 것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명저를 남긴 에리히 프롬은 이런 인간의 탐욕을 '바닥 없는 항아리'라고 풍자했다. 우리말로 하자면 '밑 빠진 독' 정도가 될 것이다. 익살을 즐겼던 영국작가 버나드 쇼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두가지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하나는 자기의 욕망대로 하지 못하는 비극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대로 하는 비극이다'. CJ 그룹 이재현 총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비싼 변호인단을 구성했다고 해도 구속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이름없는 국선변호인을 선택했더라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왜 바닥없는 항아리속에 끝도 없는 비자금을 쏟아붓고 싶어했을까. 분명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승부욕이든지 아니면 타고난 천성이든지.
노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화가 없고, 계속 얻으려는 욕심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고 말했다. 얻으려고 욕심을 부리면 다투는 마음이 생긴다는 점에서 쟁심(爭心)을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노자는 보았던 것이다. 이런 날 큰 잠자리 안경을 쓰고 유리처럼 투명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던 전영이라는 가수의 '모두가 천사라면'이라는 노래가 떠올라 가슴이 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이곳은 천국이겠지/우리마음속의 욕심도 없어지고 얼마나 화목해질까/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눈물은 사라져가고/우린 꿈을 꾸듯 언제나 행복하게 이러저리 날아갈 거야'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