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1시께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연수시영아파트. 주민 최영식(71)씨는 넘어진 채 방치되고 있는 짧은 기둥 형태의 볼라드(주차방지석)를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초 목적대로라면 장애인 휠체어 통행로에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사용돼야 할 볼라드가 인도 통행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우로 흔들리는 볼라드 위에서 아이들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부 볼라드는 아파트 구석 쓰레기 더미에 묻힌 채 방치되고 있었다.
최씨는 "대리석으로 많은 돈을 들인 것 같은데 오히려 골칫덩어리다"며 "인도에서 뒹굴고 있어 걸어 다니기가 불편한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볼라드는 인천도시공사에서 설치한 것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처음부터 영구임대아파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여러 차례 철거해 줄 것을 인천도시공사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근 선학시영 영구임대아파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곳에서도 도로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볼라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자전거 보관소 구석에 방치돼 있는 볼라드도 있었다.
인천도시공사는 지난해 말 이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공사를 하면서 볼라드 설치에 800여만원의 예산을 썼다.
하지만 주민들이 주차에 방해가 되거나 통행에 불편을 겪자 볼라드를 치워버린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철거·폐기 등을 검토했지만 가지고 간다는 업체가 없어 아파트 속 흉물로 계속해 방치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주민 의견은 청취하지 않았지만 입주민에게 편의를 주려고 설치했던 것이다.
관리사무소와 입주민들이 잘 논의하면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불편하다고 하면 철거해서 지하창고에 보관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