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스포츠 스타들의 인기가 드높다. LA 다저스(Dodgers)의 류현진 선수만 해도 애칭이 '괴물' 말고도 '류뚱'이다. 그곳 구장의 류현진 열성 팬은 늘 '류뚱'이란 피켓을 들고 있다. '류씨 뚱보'의 준말일 게다. 116㎏의 그야 물론 '류뚱'이지만 신시내티 레즈(Cincinnati Reds)의 추신수(93㎏) 역시 '추뚱'이다.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의 이대호는 어떤가. 그야말로 방금 뭍으로 올라와 구장에 등장한 '물소(buffalo)'처럼 뒤뚱거리는, 자그마치 130㎏의 '이뚱' 아닌가. 하지만 '뚱'자 돌림 스타들의 동작만은 그래도 민첩한 편이다. 투수 앞으로 구르는 공을 재빨리 잡아 주자들을 병살 처리하는 '류뚱'의 동작이나 2루타를 치고 달리는 동태(動態)부터 그렇다. '추뚱'의 뜀박질은 더 날쌔고 '이뚱' 또한 몸의 동선(動線)이 사방으로 좀 출렁거려서 그렇지 달리기는 꽤 달린다.

그런데 이번엔 여자 프로 골퍼 박인비―'박뚱'이 큰일을 해 온통 화제다. 1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을 제패함으로써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게 63년만의 타이 기록이고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 더 우승하면 여자 골프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니 '박뚱'이야말로 대단하지 않은가. 그녀는 이미 '여제(女帝)'라는 호칭으로 언론에 떴지만 역설처럼 제왕은 못될 것이다. 그녀의 이름 자체가 '제왕'이 아닌 '어진 왕비(仁妃)'이기 때문이다. 妃가 '왕비 비'자다. 妃를 중국에선 '비자(妃子:페이쯔)'라고도 일컫지만 그녀가 결혼하면 남편이 자동적으로 제왕에 오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진 왕비 '박뚱'이 제왕이 된다면 '역모(?)' 아닐까. 아무튼 그녀의 차후가 관심거리다.

어쨌거나 자랑스러운 딸의 양 볼을 하나씩 맡아 양쪽에서 뽀뽀를 해대는 그녀의 부모는 '박뚱' 딸이 얼마나 귀여울 것인가. 이번 우승 상금만도 58만5천달러(약 6억6천만원)라고 했다. 민첩한 경기 동작 때문에 뚱보들은 통할 수 없는 축구 농구 배구 등 기타 빼빼 선수들이 보기에 '류뚱' '이뚱' 같은 뚱보들도 할 수 있는 골프가 얼마나 부러울 것인가. 땀 한 방울 흘릴 것 같지 않은, 꼭 초원의 신선들로 비치지 않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