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충원 강남대 교수·산학협력단장
EU, 개별건물 미니발전소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건설·부동산업계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국 또한 에너지절감 건물짓는
사업자에 에너지효율 등급따라
장기저리금융을 연계시켜 줘


(상황#1)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발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언제는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었느냐는 자조 섞인 소리도 들린다. 나빠진 경제 상황보다도 미래에 대한 걱정과 점차 상실해 가는 근로의욕이다.

(상황#2) 한수원의 부품납품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본격적인 여름이 닥치기도 전에 온 나라가 전력대란의 위기에 불안해하고 있다. 공급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은 없는 듯 보인다. 전기요금은 자꾸 올라 가뜩이나 어려워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된지 오래다.

(상황#3) 유난히도 금년에는 봄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휙 지나가 버렸다. 5월 중에도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장맛비가 내렸다. 이 추세라면 사계절이 아니라 여름과 겨울 두계절로 바뀔지도 모른단다. 탄소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다.

19세기의 1차 산업혁명과 20세기의 2차 산업혁명에 이어 21세기의 3차 산업혁명은 사회경제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3차 산업혁명은 ICT(정보커뮤니케이션기술)와 신재생에너지의 융합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주장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서로 공유하듯이 주택, 공장, 기타 건물 등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상호 공유하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1조 유로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워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전체 전력소비량 중에서 3분의1 정도를 새로운 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에너지인프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별 건물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된 에너지를 쓰고 난 후 남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개별 건물 하나하나가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작은 발전소가 되는 것이고 지능화된 그리드시스템을 통해 에너지를 공유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 이러할진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원자력과 수력, 화력 등 기존 에너지시스템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3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두 가지 큰 변화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에너지혁명이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탄소배출의 획기적인 감소 효과다. 지구상의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 정도는 주택 등 건물에서 나온다고 한다. 자동차 배출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2%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만약 개별 건물들이 작은 발전소의 역할을 하고 에너지그리드를 통해 공유된다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력공급 한계에 달한 기존의 에너지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다음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침체된 부동산건설 시장을 살리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가 있다. EU의 경우, 개별 건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성하고 이를 공유하는 이른바 개별 건물의 미니 발전소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건설 및 부동산업계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너지절감 주택 및 건물을 짓는 건축주나 사업자에게 에너지 효율등급에 따라 장기저리금융을 연계시켜 주고 있다. 전력대란 등 에너지 위기와 부동산건설 시장의 침체 등 경제 살리기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위기상황에서는 고통과 좌절감이 팽배하고 그 위기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에 사로잡히지만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도입되면 새로운 경제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 위기를 통해 오래되고 낡은 구식 시스템은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그리고 사업이 등장하면서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충원 강남대 교수·산학협력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