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2월 마지막날. 출근을 하자마자 상황실에서 구급출동 지령이 내려와 신속히 구급차량에 탑승, 현장으로 달려갔다.
 출동중 상황근무자가 무전기로 '환자는 102세 고령의 할머니로 전날 방에서 넘어졌다'는 정보를 알려왔다.
 나이드신 분들은 조그만 충격에도 뼈에 쉽게 손상이 가기때문에 고령의 할머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마음이 조급해졌다.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때에는 환자는 사람에 둘러싸인채 다리와 허리를 잔뜩 구부린 자세로 방안에 누워 있었다.
 특히 환자는 허벅지와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며 고통스러워 했다.
 신속히 환자의 대퇴부와 허리를 고정하고 이동시키려 하자, 할머니는 고통속에 억지 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이송을 위해 보호자를 찾았다. 보호자들은 70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였다. 할아버지는 고령의 노모가 전날 방에서 넘어졌지만 자식들이 걱정할 것으로 염려 아픔을 참았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도 좋으니 빨리 병원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병원 이송중, 고령의 노모는 계속해서 괜찮으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했고 동승한 할아버지는 “어머니, 어머니께서 아프시면 저희 맘은 더 아파요. 어머니”라며 환자를 달랬다.
 환자를 안심시키며 용인신경외과로 안전하게 이송을 마친후 환자의 보호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할아버지를 찾았을때 할아버지의 두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자식들이 걱정할 것을 염려, 아픔을 참고 있었던 102세의 어머니, 그리고 이미 70세가 훌쩍 넘은 자식들의 어머니 사랑. 할아버지의 눈에 맺힌 눈물에서 진정한 부모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잊혀져가고 있던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됐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밝은 세상속에서 숨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모두 부모님의 덕이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정선아(용인소방서 역북파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