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피카소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도자기·삽화 등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많은 수의 피카소의 작품을 한번에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수만 200여점이 넘고, 피카소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도 90여점이나 된다. 작품수가 많다 보니 피카소의 작품 기법과 특색, 표현 양식 등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고, 서로 비교해 특징을 찾아보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전시회는 주제별로 총 14개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이중 1~3섹션은 피카소의 여인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피카소는 평생 총 7명의 여인과 사귀었으며, 2번 결혼했고 4명의 아이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피카소의 예술적 열정의 근간에는 이 여성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작품 모티브나 소재로 그가 사귀었던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1~3섹션은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프랑수아즈, 자클린을 대상으로 한 여러 작품이 전시돼 있다.
4~6섹션은 '인간에 대한 탐구'란 주제로 채워졌다. 누드, 남성의 얼굴, 영원한 여성성 등 인간의 다양한 표정과 심리를 표현한 작품들이 모여 있다.
드로잉으로 표현한 신체의 곡선이라든가 입체파 기법으로 만든 인물 석판화는 피카소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7~8섹션에는 피카소가 그린 정물·동물화가 전시돼 있다. 세잔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의 정물화는 기존의 원근법을 초월한 다시점 기법이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1949년 공산당이 주최하는 평화회의가 파리에서 열리게 됐는데, 이 회의 포스터 제작을 피카소가 맡았다. 피카소가 작품 소재로 비둘기를 사용하면서 비둘기가 평화의 이미지로 정착됐다고 한다.
9~14섹션은 삽화가로서의 피카소의 면모를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피카소는 오노레드 발자크 등 당시 대문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이 쓴 시나 소설의 삽화를 도맡아 그렸다.
이번에 전시되는 주요 작품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일러스트를 비롯해 오노레드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 표지 삽화 등 수십 종에 달한다.
피카소재단의 마리오 비르힐리오 몬타네아스 아로요 치프 큐레이터는 "피카소는 단 한 번도 특정한 기법, 스타일, 주제에 안주한 적이 없었던 예술가"라며 "이번 전시는 피카소라는 예술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