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가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자동 착륙유도장치가 사고 당시 꺼져 있었던 것으로 7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데보라 허스먼 위원장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이 공항의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poe)가 꺼져 있다는 통보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지난달부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진행된 공사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전문가인 체슬리 슐렌버거도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는 활주로의 안전공간을 확장하는 공사가 연방항공청(FAA)의 지시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파항법시스템인 '글라이드 스코프'(glide scope)와 연결되는 글라이드 슬로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지난 1997년 8월 발생한 대한항공 보잉 747기의 괌 추락사고 당시에도 아가냐 공항의 이 장치가 고장 나 있었다.
괌 사고 당시에는 조종사가 글라이드 슬로프의 고장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번 사고에서 조종사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항 공사가 없더라도 날씨가 좋으면 글라이드 슬로프나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등 계기 착륙장치를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조종사가 육안으로 확인하는 시계 착륙을 해야 한다.
허스먼 의원장은 그러나 글라이드 슬로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반드시 사고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과 같이 붐비는 민간공항에서는 비행기가 진입할 때 조종사를 도와주는 많은 시스템이 있다"면서 "글라이드 스코프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위성항법장치(GPS)나 활주로 지시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조종사 과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결론 내리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중국인 여학생 2명의 시신은 서로 최소 1마일(1.6㎞) 이상 떨어진 곳에서 각각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의 로버트 푸크롤트 조사관은 "활주로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신은 착륙사고 때 충격으로 비행기에서 튀어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다른 사망자의 시신은 비행기가 멈춘 곳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 시진에 대한 부검이 이날 진행됐다면서 병리학자들과 결과를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