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제작자 김철한씨 나눔 일환 참여 '의미'
멘토들의 열정적인 지도 가슴으로 받아들여
"하나 둘 셋 넷, 왼쪽 돌고~ 둘둘 셋 넷, 이번엔 오른쪽~."
후텁지근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주말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 지하 강당. 10여명의 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춤 연습에 한창이다.
아직은 어색하기만한 몸놀림이 한눈에 보기에도 이제 막 춤을 배우기 시작한 듯하다. 마음처럼 안되는 동작을 쉴새 없이 따라하느라 구슬땀이 줄줄 흐르지만, 힘든 기색도 없이 춤에 빠져 있다. 신명이 난 모습이다.
"그렇게 속 썩이던 아이들이었는데, 스스로 목표가 생기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있어요. 이게 바로 현장을 통한 교육의 효과죠. 이번 공연은 아이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될 것이고, 미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오는 22일 오후 6시30분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창작 뮤지컬 '우리편(Our Side)'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위탁교육기관인 '오름학교' 학생들이다.
'오름학교'는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탁받아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대안학교로, 사실상 학생들이 갈 수 있는 마지막 학교인 셈.
하지만 "안녕하세요~!"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며 활짝 웃는 학생들은 아무리 봐도 밝고 예의바른 청소년들이다.
"지난 4월에 오름학교 오리엔테이션에 초청돼 강연을 했어요. 지난 30년 가까이 연예계에서 일하며 많은 것들을 얻었으니, 이제는 내가 가진 '달란트'를 나눠주자는 생각으로 강연을 수락했죠. 아이들에게 뮤지컬을 제안하면서 누구든 희망하면 해보자고 했어요. 열다섯명 정도의 아이들이 손을 들더군요."
이번 뮤지컬 제작을 맡은 연예제작자 김철한(55)씨는 자선구호단체인 (사)브레드 미니스트리스 이사로도 활동하며 사회의 어두운 곳에 힘을 보태는 '나눔'을 실천해 왔다. 이번 공연도 이런 '나눔'의 일환이 됐다.
"공연준비는 대본부터 기획, 연출, 제작까지 모두 아이들 손으로 해내고 있어요. 물론 우리 전문가들이 멘토를 해주고는 있지만, 아이들은 싸우고 고민하고 협동하며 어렵게 어렵게 작품을 만들어가는 중이지요. 두달간의 연습으로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 과정만으로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굉장한 교육적 경험을 하게될 겁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학생들은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연예인 선생님'들을 멘토로 맞았다.
뮤지컬 연출가 김일준씨를 비롯해 장기호(서울예대)·정원영(호원대)·최성수(장안대)·김승기(백석대) 교수, 가수 유가화·송시현·김희진, 뮤지컬배우 강효성·박지원 등이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돕고 싶다"며 기꺼이 연습장을 찾아왔다.
멘토들은 직접 춤과 노래, 연기를 지도하며 애정을 쏟아부었고, 학생들은 가슴으로 이들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이번 공연의 내용은 바로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대안학교에서 사실상 퇴학이나 다름없는 '귀교'조치를 당하게 된 친구를 위해 아이들이 뮤지컬 공연으로 시간을 벌고자 하는 과정을 그렸어요. 때론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열정과 희망을 갖고 함께 뮤지컬을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한달여 만에 훨씬 예의바르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할 줄 알게 된 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김철한씨는 "이번 공연이 잘 끝나면 경기도의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무료공연.
경인일보·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후원. 문의:1577-7376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