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DC 교통안전위원회(NTSB) 본부로 옮겨진 사고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의 비행 기록 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 /AP Photo·NTSB=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기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에 기수를 다시 높였다.

사고기는 너무 낮고 느리게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었으며 충돌 7초 전에 속도를 높이라는 지시를 받았다. 4초 전에는 조종간에 연결된 스틱셰이커가 경보음을 냈다.

그러나 사고가 나기 전까지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에서는 속도나 활주로 접근 각도 등에서 이상 징후가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은 모두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예비 분석해 밝힌 것이다.

◇ 색깔은 '주황'…고온·고압 견뎌

블랙박스는 비행기 운항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상자형 장치다.

이름에는 '블랙'이 들어갔으니 검은색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밝은 주황색이다. 쉽게 찾으려고 눈에 잘 띄는 색으로 한 것이다.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엔지니어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NTSB 본부에서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의 비행 기록 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를 보고 있다. /AP PHOTO·NTSB=연합뉴스

블랙박스는 비행자료 기록장치(FDR·Flight Data Recorder)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Cockpit Voice Recorder) 2가지로 나뉘어 있다.

FDR는 마지막 25시간의 비행자료를 저장하고 폭 12㎝, 길이 45㎝, 높이 15㎝ 크기다. 3천400G의 충격과 1시간 동안 1천100℃의 온도 또는 10시간 동안 260℃의 온도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다.

CVR는 폭 12㎝, 길이 35㎝, 높이 15㎝로 FDR보다 크기는 다소 작고 내구성은 FDR와 같다.

블랙박스가 보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파손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해도 블랙박스를 찾을 수 있도록 FDR와 CVR에는 수중 위치 신호 송신기(ULB)가 각각 달려있다. 37.5㎑ 음파를 매초 1회 송신하고 작동 한계 수심은 6㎞, 배터리 수명은 30일이다. 하지만 2011년 제주도 해상에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는 위치 신호를 파악하지 못해 블랙박스를 찾지 못했다.


FDR와 CVR는 기체 뒷쪽에 각각 장착돼 있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CVR는 충격 등으로 전원이 꺼질 때까지의 마지막 2시간 동안 조종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리를 녹음하며 FDR는 마지막 25시간의 비행자료를 기록한다.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연합뉴스

◇ 6개월 분석…엔진·조종 등 수백개 정보

NTSB에 파견돼 블랙박스 분석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 국토교통부 이근영 사무관에 따르면 CVR 녹음 기록 2시간 분량을 해독하는데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

잡음이 있어서 조사관 사이에 내용을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공사도 분석 과정에 참여한다. CVR 녹음은 관제탑 녹음과 비교해서 분석하게 된다.

FDR에는 수백가지 정보가 있다. 하지만 사고조사를 할 때는 엔진에 이상이 있는지, 조종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선택해서 뽑아본다.

비행기 고도, 속도, 바람 등을 비롯해 비행기 자세, 조종면의 움직임, 엔진의 추력, 랜딩기어의 작동, 착륙할 때 내려오는 플랩(고양력장치)의 각도, 전기 공급, 공기압 등 온갖 정보가 담겨 있다.

FDR와 CVR를 연계해서 분석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블랙박스에서 기본적 정보를 확인하는데는 1개월 정도면 된다. 하지만 다른 사고조사 관련 정보와 맞춰봐야 하므로 블랙박스 분석에는 최소 6개월 정도는 걸린다.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 214여객기의 블랙박스 상태가 온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블랙박스를 분석하면 사고 원인을 상당히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TSB는 워싱턴 본부에서 블랙박스를 해독하고 있으며 한국 측 전문가 2명도 9일 워싱턴으로 출발해 조사에 동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