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인 박사인력 특채해
초중고 정규과목 등에 투입
수준높은 교육기회 제공하고
실력 갖춘 스타교사들 발굴
이동식 수업할 수 있도록해야
"도대체 한국에는 학원과 PC방이 왜 그렇게 많습니까."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에 교환교수로 와 있는 외국교수들이 가장 놀라면서 하는 질문이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한다. "시내버스보다 스쿨버스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어딜 가나 길가에 항상 스쿨버스들이 서 있습니다." 학생들을 실어 나르려고 길가에 주차해 있는 노란 색 학원버스들을 스쿨버스로 알았던 모양이다. 참 씁쓸하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에는 공교육은 없고 사교육만 살아있다. 대한민국 가정에는 터무니없는 사교육비로 멍들어가는 아이의 상처와 하나밖에 없는 자식 교육비도 대지 못하는 경제적 무능력함에 절망하는 부모들로 가득하다. 자식들의 사교육비를 대느라 등골이 휜 부모들은 사는 재미가 없다. 대한민국 부모에게 가장 오싹한 '등골 브레이커'(가격이 비싸 등골을 휘게 만드는 제품)는 사교육비다. 교과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2007년 이후 해마다 20조원을 넘고 영유아 교육비, 방과 후 학교, 어학연수 등을 포함하면 40조 가까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사교육비 세계 1위다.
몇 달 전 세계적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제2차 한국보고서 신성장공식'에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악의 축은 '가계 부채'와 '교육비'라고 지목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행을 막아 줄 출구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돈 안 드는 개운한 교육'은 살아있다…대학을 활용하고 스타교사를 만들자
수요자(학생과 학부모)들은 다양한 사교육을 통해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 그러나 공급자(교사)의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도대체 이 간격을 좁히지 않고는 사교육을 포기하라는 말을 할 수 없다.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일 불균형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사교육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재 10만 명이 넘는 대학 강사를 활용하면 된다.
초중고와 대학을 연계하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비정규직으로 생계유지도 어려운 10만 대학 강사와 10명 중 3명이 실업자인 박사인력이 공교육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이미 일반 공무원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민간전문가가 고시를 보지 않고도 5급으로 특채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공무원처럼 교직도 민간전문가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초중고의 교원 신규임용은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자 중에서 임용고사에 합격해야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사대나 교대, 교직이수 등을 통한 교원자격증 소지자만 응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신규 임용조건을 완화해 임용고사를 치르지 않고도 전문가가 교사로 임용될 수 있도록 교사특채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들을 초중고 정규과목, 방과 후 수업, 대학 내 초중고 특강 등에 투입하면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기회를 주고 시간강사들에게는 안정적 소득보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주범인 예체능 교육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청, 지자체, 정부, 대학 등 정책당국자들의 정책적·제도적 협력이 필요하다.
또 학교 선생님들 중에 스타교사를 만들자. 학원의 유명강사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선생님들을 한 학교에 묶어두지 말고 학교 이동식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방형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업내용을 인터넷강의로도 제작해 언제든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다시 개천에서 용 나온다, 매직을 부려보자
지금처럼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교육시스템에서는 학력차가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 고학력 가구와 저학력 가구의 사교육비 격차가 최근 10년 사이 3배에서 10배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모두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3년 대한민국에 사는 표준 부모들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사교육이라는 거대하고 답답한 터널에 갇혀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 줄 수 있는 돈 안 드는 개운한 교육정책이 시급하다.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자.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혜를 더 모으면 속이 뻥 뚫리는 '돈 안 드는 개운한 교육'은 가능하다. 다시 개천에서도 용이 나게 만들자.
/최계운 인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