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을 산정할 때 예체능과 인문계열은 제외하기로 한 교육부 방침이 해당 계열 학생들의 취업률을 더 끌어내려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사립대 기획처장은 10일 "예체능계나 인문계 교수들이 제자들 취업에 별로 신경을 안 쓰다가 평가에 들어가니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내년부터 완전히 제외되면 이런 노력을 덜 하게 돼 이 계열 취업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올라간 취업률을 조작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부풀리기는 얼마 안 된다"며 "결국 예체능이나 인문계열의 취업률이 노력해서 개선될 수 있는 부분만큼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남지역의 사립대 기획처장도 "학생들 공부를 많이 시키고서 자기 밥벌이도 못 하게 하는 것은 대학이 죄책감을 느껴야 할 부분"이라며 "취업 관련한 부분은 어떻게 해서든지 평가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우리나라는 취업 못하는 예능인을 만들어도 되는가"라며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인문계 빼고, 예체능계 빼다 보면 정책이 산으로 가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체능·인문 계열에서 저조한 취업률이 이어지면 해당 계열로 학생들 지원이 줄게 돼 교육부의 이번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예체능·인문 계열의 대학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대학들은 걱정했다.

취업률 산정에 예외 부문을 두게 되면 예외를 인정해주는 요구가 줄을 잇거나 취업률이 낮은 과를 인문·예체능으로 몰아넣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의 사립대 기획처장은 "인문 계열 말고도 사회 계열에서 취업률이 낮은 과가 있는데, 이런 과들도 취업률 산정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끝이 없이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의 사립대 기획처장은 "디자인과가 산업적 성격이 강하면 공대로, 순수예술에 가까우면 예체능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과의 계열 분류는 별도 규정이 없기에 대학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예체능·인문계열을 취업률 산정에서 완전히 제외하기보다는 계열별로 취업률을 다르게 산정하거나 같은 계열끼리 비교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수도권 사립대 기획처장은 "계열별로 나눠서 가중치를 줘서 계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학생들 취업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공평하게 같은 계열끼리 경쟁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부산의 사립대 기획처장은 "예능계, 농어촌 등 학교마다 다른 사정을 반영해 가중치를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취업률이라는 지표로 대학 평가하는 데 따른 문제를 인식했다는 점에서다.

한 지방 국립대 기획처장은 "학교의 전체 실적보다는 예체능 계열의 유무가 결과에 영향을 많이 미쳐 평가가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있었다"며 "인문·예체능 대학이 들어가 전체 평균이 달라지는 영향을 제거하자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기획처장은 "평가가 '마스터키'가 아니다"며 "인문·예체능 계열의 취업률 저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마다 학과별 평가를 할 때 취업률을 넣게 되면 정부 평가에서 제외된데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지난 4일 교육부는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지표의 변별력이 높은 탓에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문·예체능 계열의 학과를 구조조정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자 내년 대학 평가에서부터 인문·예체능 계열은 취업률 산정에서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