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나기 사고 현장 사진을 배경으로 지금까지 이루어진 사고원인 조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허스먼은 착륙에 앞서 자동으로 속도를 유지해주는 '오토스로틀'을 작동시켰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는 취지의 조종사 진술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착륙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214편 조종사들은 충돌 9초전이 돼서야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조사중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허스먼 위원장은 조종석음성기록장치(CVR) 기록을 분석한 결과, 고도 500 피트(152m)부터 고도 100 피트(30m) 전까지 조종실에 앉아 있던 조종사 3명 중 아무도 비행 속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조종사들이 충돌 9초전이 돼서야 비행기의 착륙 속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도 500 피트 시점 이전에 조종사들 중 한 명이 '하강 속도'(sink rate), 즉 고도가 낮아지는 속도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고 허스먼 위원장은 밝혔으나 더 이상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사고 항공기가 고도 500 피트에 있었던 시점은 충돌 34초 전께다.

NTSB 조사 내용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충돌 3초 전과 충돌 1.5초 전에 정상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올리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CVR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두 차례에 걸쳐 충돌 3초 전 누군가가 '복항'을 외쳤고 1.5초 전에도 '복항'이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허스먼 위원장은 밝혔다.

이는 조종사들이 충돌 직전에야 잘못된 고도와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수를 올리려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나기 사고 현장 사진을 배경으로 지금까지 이루어진 사고원인 조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함께 허스먼 위원장은 지금까지 분석 결과 각종 자동 비행 장치들이 비행 중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검토된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자료상 자동항법장치(autopilot), 비행지시기(flight director), 오토스로틀(auto-throttles)의 비정상적 거동(anomalous behavior)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NTSB측은 문제의 자동속도조절 장치인 오토스로틀이 작동 가능(armed) 상태였지만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충돌 직후 기체 외부에서 난 화재는 뜨거워진 엔진에서 연료 등 인화성 물질에 불이 붙어서 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료탱크가 파괴돼 연료가 새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충돌 34초 전에 이강국 기장의 눈에 비쳤다는 불빛은 시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장은 불빛을 보기는 했지만 재빨리 시선을 돌렸고 계기판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으며 햇빛이 반사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고 NTSB는 전했다.

불빛은 활주로 쪽이 아닌 정면 방향이었다고 이 기장은 설명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구급차와 소방차가 늑장 출동했다는 탑승객의 주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확인할 사항은 산더미"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소식이 전해진 후 18분 이내에 구급차 5대와 다른 구조용 차 12대 이상이 현장에 도착했거나 현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고, 다른 기관에서 나온 구조반도 현장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사고기에는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 307명 중 2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부상으로 입원했는데, 입원 승객 중 대부분이 퇴원해 11일 기준으로 9명이 병원에 남아 있다. 이 중 3명은 중태다.

한편 NTSB는 현장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허스먼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요원은 워싱턴DC 본부로 복귀하기로 했다.

워싱턴DC 본부에서는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블랙박스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현지 브리핑도 더는 개최하지 않는다.

현장 조사를 위해 사고 당시 그대로 놔뒀던 항공기 잔해도 전날부터 치우기 시작했으며 사고가 난 활주로 조사도 끝내고 원상복구 작업에 착수했다고 NTSB는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