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 준수 여부를 둘러싼 교통경찰과 운전자들의 신경전과 실랑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늘 하루도 단속 현장 곳곳에서는 경찰과 운전자간 신경전속에 범칙금 부과를 둘러싼 고성이 오간다.
최근 경찰이 4월부터 운전자들의 안전벨트 착용을 적극 단속하겠다고 하자 운전자들의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교통법규 단속을 둘러싼 경찰과 운전자간 논란의 원인과 교통법규의 허실을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교통경찰에 법규위반 행위가 적발된 운전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탓하기 보다는 “오늘 참 재수없는 날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 상당수는 “왜,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경찰에 항의하며 입씨름 하기 일쑤다.
이는 물론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운전자들의 과잉반응으로 볼 수 있지만 경찰도 일부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 시민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안전벨트 단속 논란
경찰이 오는 4월 1일부터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갈수록 느는 교통사고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벨트 단속이 절실하다는 입장. 더욱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율이 세계 최고라는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벨트 단속은 절실하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운전자들은 그러나 안전운전과는 상관없는 안전벨트 착용을 인력까지 동원해 단속하려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운전자들은 특히 지난 80년대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된 이후 경찰이 별다른 단속을 하지 않다 갑자기 대대적 단속에 나서게 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안전벨트 착용은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문화된 교통법규
경찰은 지난 95년 어린이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승용차의 경우 영·유아 안전시트를 확보하지 않을 경우 진입자체를 못하도록 규정하는 등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했었다.
이 때문에 당시 6세 이하의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안전시트를 사거나 이를 구하기 위해 친척집을 찾아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관련업계는 때아닌 특수를 누렸고, 안전시트 제조회사도 덩달아 크게 늘었었다.
안전시트 확보 문제는 그러나 이후 흐지부지돼 현재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부모가 대부분일 정도가 됐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정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경찰이 이를 단속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교통체증이 심각하고 교차로에서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면서 한데 뒤엉키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정지선 준수가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경찰도 더 큰 운전자 잘못이 많은데 굳이 정지선 준수여부를 따지는 것이 우습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안전운전 저해행위 외면
최근 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운전석 오른쪽에 소형 TV수상기를 설치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안에서 프로야구와 같은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일이 흔해져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TV 수상기 설치를 규제할 아무 근거가 없는데다 운전중 시청행위도 단속 규정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운전중 휴대폰 통화행위도 경찰이 올 7월부터 단속키로 한 것으로 알려진것과 달리 아직까지 구체적 단속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중 흡연도 안전운전을 해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적 규제방안은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속현장 시비
단속 현장에 나온 교통 경찰관은 운전자들의 법규위반행위에 대한 범칙금 부과과정에서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운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거나 심지어 폭언과 폭력까지 일삼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의 이같은 거센 저항의 이면에는 “경찰이 편파 혹은 함정단속을 하는 바람에 나만 피해를 입게 됐다”는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단속현장에서의 시비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洪正杓·李榮宰기자·jph@kyeongin.com
단속현장에서의 시비, 경찰도 책임 면하기 힘들다
입력 200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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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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