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기 조종사 이름. 아시아나기 사고가 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방송사 KTVU가 이번 사고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조종사 4명을 인종차별적 농담에서 따온 저급한 엉터리 이름으로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KTVU가 이름이라고 사용한 표현 중 처음 세 개는 각각 '뭔가 잘못 됐어'(Something Wrong), '우리는 하찮아'(We Too Low), '이런 젠장할'(Holy Fu**) 등의 문구를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아시아계의 발음을 조롱할 때 왕왕 쓰이는 중국어 억양에 맞춰 변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뱅 딩 오'는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구타당하는 장면을 묘사할 때 등장하는 의태어인 'Bang'과 'Ding,' 그리고 놀람 또는 고통 따위를 나타내는 의성어 'Oh' 따위를 나열한 것이다. /연합뉴스=KTVU화면 캡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방송사가 아시아나 사고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조종사 4명의 이름을 엉터리로 소개하는 인종차별적 보도를 해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현지 지역방송인 KTVU는 사고기 조종사들의 신원을 공개한 당국의 발표 내용을 전하면서 인종차별적 단어를 사용해 만든 가짜 이름을 실제 이름인 것처럼 소개했다.

이날 정오뉴스에서 KTVU는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관련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최신 발표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전했다. 문제는 조종사들의 이름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행자 토리 캠벨은 NTSB가 확인해준 이름이라며 "캡틴 섬팅왕(Sum Ting Wong), 위투로(Wi Tu Lo), 호리퍽(Ho Lee Fuk), 뱅딩오(Bang Ding Ow)"라고 읽어 내렸고 카메라는 '이름'이 적힌 자료화면을 비췄다.

하지만 KTVU가 아시아니기 조종사 이름으로 소개한 '섬팅왕', '위투로', '호리퍽'은 각각 '기장 뭔가가 잘못됐어요'(Captain Something Wrong), '고도가 너무 낮아'(We Too Low), '이런 젠장할'(Holy Fu**), '쾅, 쿵, 오!'(Bang Ding Ow, 충돌음과 비명을 가리키는 의성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착륙사고 당시 상황을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아시아계 발음을 조롱할 때 쓰이는 중국어 억양에 맞춰 변형한 것이다.

인종차별이라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은 NTSB와 KTVU는 성명을 내고 사과했지만,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경위와 최종적인 책임 소재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NTSB는 이날 오후 9시께 사과 성명을 통해 "NTSB는 사고기 승객·승무원들의 이름을 언론에 제공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겠다"며 "부정확하고 모욕적 이름을 확인해준 것은 자신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하계(summer) 인턴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NTSB의 켈리 낸틀 대변인은 "인턴이 먼저 이름을 만들어 알려준 것이 아니라 언론에서 '이 이름들이 맞느냐'며 확인 요청을 해 와 답변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KTVU는 "부정확한 이름을 보도한 데 대해 사죄드린다"면서 "워싱턴의 NTSB 관리가 확인해 줬지만 이름이 정확하지 않았다"고만 해명했다.

MSNBC는 누군가가 인터넷에 장난으로 올려놓은 글귀를 사실로 착각해 이번 오보사태가 빚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고 뒤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누구나 알 만한 인종차별적 단어와 조종사 이름을 착각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 폭스 TV의 자회사인 KTVU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부유층이 주로 사는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역방송으로,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매체이며 사고 이후 관련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해왔다.

이번 영상은 뉴스가 끝난 직후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고, 교민들을 비롯해 이를 접한 시민들은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사고에 대한 모욕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사고 조사를 맡은 NTSB가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지나치게 몰고 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어난 이 같은 사건은 현지 교포를 비롯한 한국인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아시아나기 사고 보도에서 비롯된 이와 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미 중서부 지역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선타임스가 아시아나기 사고를 다룬 지면에서 머리기사 제목으로 '프라이트214'(FRIGHT 214)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플라이트'(Flight·항공편)를 대체한 단어 '프라이트'가 '공포'라는 뜻을 갖기도 하지만 알파벳 'L'과 'R'을 명확히 구분 못 하는 아시아계 발음구조를 비꼰 것으로 읽혀 인종차별적 조롱이라는 반발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