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가 각종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탑승객이 사고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가 하면 일부 탑승객들은 기체결함 가능성을 들어 사고기 제조사인 보잉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16일(현지시간) 사고기 탑승객인 융가 준 마초로(여)와 아들 벤저민 마초로(8),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은 남편 엑토르 마초로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조종사가 시계착륙을 위한 기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비행 상태를 철저하게 모니터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항공사에 대해서는 "조종사를 제대로 교육하거나 감독하지 않았고, 승객의 권리와 안전을 고의적으로 무시했다"고 밝혔다.
이들 모자는 비행기 앞쪽에 앉아 있었으며, 서울을 방문했다가 고향인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아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융가 준 마초로는 군대에서 외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마이클 버너 변호사는 "이들 모자는 등과 목 부분에 통증을 느껴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뼈는 부러지지 않았으나 여전히 통증을 느끼고 있으며, 인대와 관절을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버너 변호사는 이어 "가족이 입은 피해는 최소 500만 달러(약 56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은 남편 엑토르가 소송에 참여한 것을 두고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 조약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로 다친 탑승객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사고기에 탑승했던 중국인 등 83명도 항공기 제작사 보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맡은 로펌 '리벡 로 차터드'(Ribbeck Law Chartered)는 이날 보잉 본사 소재지인 시카고의 쿡카운티 순회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리벡 로 차터드의 모니카 켈리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뢰인 83명은 모두 중국인과 중국계 미국인으로 구성돼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장에서 "아시아나 항공 사고 원인이 항공기 속도를 자동 조절해주는 '오토스로틀'(autothrottle)의 기계적 결함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소송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고 당시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 8개 가운데 2개가 기체 안쪽으로 펼쳐지는 바람에 추가 부상자가 발생하고 탈출도 지연된 점, 일부 좌석의 안전벨트가 풀어지지 않아 탑승객이 칼로 절단해야 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보잉이 오토스로틀과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를 설계한 업체와 제작사를 밝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또 시스템에 나타난 항공기의 활주로 진입 각도와 고도에 대한 정보, 사고기 잔해 보존을 요구하는 한편, 항공기 유지보수 기록·내부 메모·기타 증거 자료 등을 요청했다.
이 로펌은 수일 내에 아시아나항공과 부품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유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5일 조종사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보도를 한 미국 지역방송국을 상대로 "회사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현지에서 민사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인 KTVU는 지난 12일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조종사 4명의 이름을 왜곡 보도,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