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만 치중하는 시스템 문제
선행학습 없애는 분위기 조성 등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
지덕체 균형잡힌 커리큘럼 통해
위기에 처한 공교육 바로세워야
스승이기를 포기한 일부 교사들의 일탈이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제자 성폭행으로부터 시작하여 가르치는 자세나 그 내용에 이르기까지 여기까지 왔나싶은 생각에 우리 사회의 바탕과 우리의 미래가 흔들리는 느낌을 어찌할 수 없다. 어찌 교사뿐이랴. 일부 악덕 학부모의 행태와 교육당국의 부패, 그리고 교육현장에 파고든 정치도 우리를 분노하게 하고 있다. 교육의 위기, 이제 국가 존립의 차원에서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정부는 단호하게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현대인은 거의 모든 것이 학교 교육에서 만들어진다. 유아시절부터 생활에 바쁜 부모를 떠나 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 대학원 등으로 이어지는 외부교육에서 인성, 가치관, 지식 등이 형성되어간다. 옳지 않은 것이나 잘못된 것이 주입되어도 그렇게 알고 살 수밖에 없다. 특히 처음 채워진 것은 인식의 주도력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우리 미래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교육의 중요성, 선생님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 누구도 범죄형 인간을 원하지 않는다. 부모형제를 사랑하고 이웃과 잘 지내는 자녀를 원한다. 그러나 그렇게 길러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부모는 적다. 학교에 맡겨 놓고 챙기는 것은 오로지 시험성적이다. 정부에서도 '교육'이나 '선생님'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보다는 입시제도와 성적순위가 교육행정과 인재양성의 목표인양 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일로부터 모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공교육 정상화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해야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다. 먼저 제대로 된 선생님을 찾든지 양성하든지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목표와 내용을 바로 정하고 그에 따른 커리큘럼을 만들어 교육의 균형을 잡아야한다. 유아원부터 대학원까지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학교만 남겨야 한다. 공교육이 바로 서면 사교육은 공교육을 보완하는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만 제대로 관리하면 된다. '선행학습'을 필요로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이 횡행하는 한 학교수업에서는 가르칠 것이 없다. 구구단도, 알파벳도, 인수분해도 학생들이 미리 배워오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가르치면 학생들은 지루하다.
그러다보니 안 가르치게 되고 사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은 배울 기회가 없어진다. 선생님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러나 선행학습 수요는 공교육에서 제공한다. 왜 선행학습을 돈을 들여가며 하는 것일까? 시험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다. 시험문제는 누가 내는가. 그것은 학교 선생님이다. 가르친 범위 내에서, 가르친 내용 중에서 출제하고 가르친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면 학생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입시출제도 마찬가지다. 변별력만을 생각하여 범위와 수준을 넘나든다면 아래 학제의 교육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필기시험 결과 부족한 변별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내신이나 특별활동 또는 면접이 있는 것이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영어, 수학 등에 치우친 교육과 시험의 문제점이다. 인성과 학문의 다양성, 즉 지덕체의 균형 잡힌 커리큘럼과 한국인으로서 필요한 역사관 등은 인격형성 과정에 있는 중등과정까지는 고르게 익히게 해야 한다.
암울했던 일제치하에서도 교육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교육의 본질을 찾아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가운데 지킬 것은 지키고(이념화, 정치화 방지) 키울 것은 키우는(교사의 정예화) 등 근본을 바로 하는 것이 교육을 바로 잡고 우리사회와 미래를 구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연수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