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피카소전 찾은 관람객 설문조사 실시
"관심있는 기획 인천엔 없어" 수요층 이탈막기 시급
인천 부평에 사는 이은희(42·여)씨는 자녀들과 함께 1년에 2~3차례 정도 미술관 나들이를 간다. 샤갈, 고흐전 등 국내에서 전시된 세계 유명 화가의 기획전은 놓치지 않고 관람할 정도다.
이씨는 30대부터 미술관 나들이를 취미생활로 삼아왔지만,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에서 미술 전시회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씨가 인천에서 전시를 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흥미를 끄는 미술 전시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는 미술 전시관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인천에 다양하고 알찬 미술 전시 기획전이 있으면 1~2시간씩 걸려서 왜 서울까지 가겠냐"며 "관심 있는 미술 전시 대부분이 서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정영규(37)씨도 "인천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인천에서 제대로 된 미술 기획전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눈에 띄는 미술 전시는 대부분 서울에서 진행돼, 시간이 걸리더라도 날을 잡아서 서울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씨나 정씨처럼 인천에 살면서도 정작 서울까지 가서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시민들, 바로 인천지역의 전시 문화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경인일보가 주말인 20~2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 전시장을 찾은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 응한 사람은 304명이었고, 이들 중 인천시민은 241명이었다.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인천시민 중 70%가 서울에서 미술 전시를 관람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서울에서 관람한다고 응답한 사람 중 87%는 전시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미술관 등 전시 인프라가 많아서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곳곳에 산재한 미술관, 인천 사람들이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전문가들은 인천 미술 수요층의 서울 이탈을 막기 위해선, 시립미술관 하나 없는 인천의 미술 전시 인프라 확충과 이와 맞물린 차별성 있는 각종 미술 전시 콘텐츠 개발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구 중앙대 교수는 "미술관은 단지 시멘트로 된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지역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큐레이터 등 관련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복합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오히려 인천에는 제대로 된 미술관이 없기 때문에, 기존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전시 공간과 차별성 있는 미술관을 만들어 수도권 주민들까지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가 그 지역의 문화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공주형 인천대 초빙교수는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인 소규모 스터디 그룹과 재능 기부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술 아카데미 등이 인천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규모와 상관없이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만 생겨도, 이런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또 그 속에서 인천의 문화 자생력을 찾을 수 있는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월요기획]인천 전시문화의 현주소(관련)
지역 미술관 '퀄리티의 차이'
시간 투자… 눈호강하러 상경
입력 2013-07-2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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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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