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가 매월 주관하는 밥이 되는 인문학 강의, 상공회의소의 경제포럼, 중앙도서관의 토요 인문학 등 크고 작은 인문학 강의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포가 인문학의 도시로 이미지 메이킹 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 물결의 진원지는 역시 '밥이 되는 인문학' 강연이다. 매월 넷째 주 목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시청 대회의실은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돌이켜보면 2010년 12월 도종환 시인을 초청, '시에게 길을 묻다'란 주제로 열린 첫 강연에서, 시민들은 '담쟁이'라는 시를 함께 읽으며 인문학을 맛보게 된다. 그 뒤를 이어 시골의사 박경철씨를 비롯해 조용헌 동양학자, 최재천 교수, 이지성 작가, 신경숙 작가 등 30여명이 강단에 섰다.
대중 강연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학자, 문인, 의사 등 인문학 강사가 펼치는 진솔하고도 깊은 통찰이 담긴 이야기에 시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밥이 되는 인문학이 열리는 날에는 대회의실은 물론 복도와 직원 사무실까지 시민들로 가득하다. 이날은 부시장실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개청 이래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시청을 가득 메웠던 적은 없었다. 이런 모습에서 삶을 성찰하고 깨워줄 수 있는 가르침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이 얼마나 간절한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호응이 높아짐에 따라 강사 선정도 시민들의 선호도 조사가 반영되고 있다. 시민들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필요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말 강연을 통해 실의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준 혜민 스님, 문화유산 관심 계층을 위한 유홍준 교수, 방황하는 청춘들의 멘토 김난도 교수, 올바른 가치관 교육을 위한 이지성 작가 등 시민들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강사들이 초청됐다. 이런 군포시의 노력에 시민들은 감동과 열정적인 참여로 화답해 주었다. 강의가 끝난 후 저자 사인회를 열어 강사와 다시 한 번 소통하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이달에는 김별아 작가, 8월에는 최진석 교수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군포시의 인문학 강의는 계속 진화중이다. 이제는 갈릴리 작은도서관 등 민간 차원의 작은 공간에서도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있다. 직장생활로 참여하기 어려운 시민을 위해 야간강좌와 주말강좌를 개설하고 어르신, 장애인, 노약자 등을 위해 찾아가는 인문학 강의도 추진할 예정이다. 요즈음 책으로 군포의 구석구석이 멋지게 채워져 가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다. 어느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는 조국도 어머니도 아닌, 어린 시절 우리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훗날 세계적인 한국의 석학이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어린 시절, 군포라는 작은 도시의 인문학 강의가 있었다'라고 말하는 순간을 감히 벅찬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임봉재 군포시 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