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 10명 중 7명꼴로 전시회 관람을 서울에서 한다는 조사결과가 충격적이다. 이는 지난 주말 인천 피카소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나왔다. 인천에 살면서도 서울까지 가서 전시회를 구경하는 시민이 이렇게나 많다고 하니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인천시민은 왜 서울로 전시회 관람을 가는가. 그 가장 큰 이유는 시립미술관이 없다는 데 있다. 전국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만 시립미술관이 없다. 광주광역시의 경우에는 광주에 시립미술관이 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서울에 분관 형태의 전시장까지 냈다고 한다. 부산시도 제2시립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시립미술관 논의가 본격 시작된 지 4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언제나 지을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다.
어떤 정치인이나 문화를 빼놓지 않고 이야기 한다. 인천시 시정 목표에서도 문화 분야가 뒤로 밀리지는 않는다. 인천시 직제표를 봐도 문화 관련 부서는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사업 우선 순위에서 중간은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인천시민의 70%가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시립미술관은 미술 분야 한 가지만 충족시키는 게 아니다. 시민들의 종합 휴게 시설이라고 봐야 한다. 대형 미술관에서는 가족 단위로 또는 연인이나 친구끼리 전시회도 관람하고 미술관 주변에서 산책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흔하다. 인천만 이런 장소가 없다.
인천시민들도 가까이에서 대형 전시회를 즐길 권리가 있다. 대형 기획 전시 뿐만 아니라 생활 미술도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고, 관람하면서 문화적 갈증을 덜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런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히 인천시의 몫이다. 공무원들이 할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인천시 공무원들은 몇 년째 논의 중이다. 어디에 지을 것인가를 놓고 한참을 논의하고, 어떻게 예산을 조달할 것인가를 놓고 또 한참을 검토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를 놓고 또 논의하고, 인천시는 계속해서 시립미술관 건립 문제를 머릿속에서만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인천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를 넘어 국내 최고의 국제도시를 지향한다. 그러나 문화가 빠져서는 그 지향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더 이상 시립미술관 건립 문제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인천에는 왜 시립미술관이 없는가
입력 2013-07-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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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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