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모씨(28·계양구 계산동)는 3일 오후 2시 계양청소년수련관에서 공연예정인 어린이 인형극 한 편을 보기위해 딸 2명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았다. 송씨는 그러나 공연을 보기는 커녕 극단과 수련관 관계자들과 말다툼을 벌여야 했다. 관객 수가 10명도 안된다는 이유로 극단측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송씨의 헛걸음은 지난 2일에 이어 두번째. 송씨의 손을 잡고 따라간 아이들은 영문을 몰라 연극을 보여달라고 보챘다. 서울에서 활동중인 극단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좋은 공연 감상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문화기획물이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만 남긴 셈이다.
이처럼 공연을 약속한 극단이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공연시작 직전에 취소하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 빚어진 것은 극단에 자리만 내주고 뒷일은 챙기지 않는 행정기관의 책임 탓이라는 게 송씨의 얘기. 행정기관의 문화담당 부서가 얼마나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각 구·군은 문화·예술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를 별도로 두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지역현실에 맞는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구·군 문화담당자들이 마냥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청소년 유해업소 단속에서부터 수시로 잡혀 있는 이벤트성 행사 챙기기에도 일손이 모자랄 지경. 이 때문에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담당자들은 하소연한다.
지역 문화 및 전통을 새롭게 조명하지 못하고 있는 데엔 각 기관별로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큰 이유로 꼽힌다.
계양구 계산동 서울연립 주민들은 사업부지내 체비지를 매입하면 재건축허가를 내주겠다는 구의 제안에따라 세대당 수천만원씩 융자받았다가 낭패를 당했다. 융자금으로 체비지를 매입하고 이사까지 마쳤지만 문화재위원회가 건축불가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재상정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겨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주민들의 사업계획대로 14층짜리 고층 아파트(현재는 2층 다세대주택)가 들어서면 계양산성과 계양산의 조망권이 차단된다는 게 문화재위원회가 당초에 건축불가 판정을 내린 이유. 결국 예정보다 층수를 낮추는 조건으로 문화재위원회의 내부진통 끝에 건축허가로 방향이 바뀌긴 했지만 문화재보호법상 건축허가가 날 수 없는데도 구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재건축을 추진한 결과였다.
이처럼 문화·예술과 관련한 업무에대해 해당 부서간 유기적인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와 구·군, 교육청 등의 문화·예술 관련 부서들의 협조체제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문화담당부서는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잦은 인사이동도 타 부서와는 다르게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미술인 박모씨(47)는 “지역문화를 살리고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선 문화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절실하다”며 “문화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丁鎭午기자·schild@kyeongin.com
문화.예술 관련 부서들 협조체제 시급
입력 200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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