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회창 인천 동구의회 수석전문위원
근원을 따져보면 결국 지방분권에 관한 문제로 귀결되겠지만, 솔직히 지방의회가 가진 권한 중 제대로 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예산조정권' 하나만 유일하고 나머지는 거의 껍질 수준이다.

언제나 이 시점이 되면 유난스럽던 한 인사의 발언이 또렷이 기억돼 난감하다. "이제 예산도 몇 번 다루어보고 관련 교육도 서너 번 받고나니까 지방자치 다 알겠더라고요." 의정연수 마치고 이동하는 버스에서 동료의원들에게 쏟아낸 용맹이 그 난감의 근원이다. 물론 개인의 경박함이 상대에게 특별한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면 탓할 일은 아니겠다. 그러나 그런 류의 인사들이 천박한 떼를 형성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주민들의 눈을 가릴 만큼 권력화 되어간다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자주보아 익숙한 것뿐인데, 잘 안다고 덤벼들면 그 손해는 누가 지겠나. 결국 시민과 시민사회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늘 보아서 익숙한 걸 안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알고, 또한 진짜 무엇을 모르는 지에 대한 기초적 정립이 없어서다. 이를 인지 심리학에서는 '메타인지'(Meta cognition)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들이 어떻게든 공익수행에 악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이다. 메타인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사고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배우거나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구체적 활동과 능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게 된다.

자주 경험해서 익숙한 걸 가지고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실자치에서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제도권 인사들이 크게 오해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쏟아낸 주장이 논리 또는 흔히 원칙이라고 하는 합리적 기준에 적합한지를 딱히 검증해 본 적이 없었는데도 자신은 그 사안에 대해 확실한 지식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결정범위가 큰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런 오류에 빠질 위험이 크다.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관료제의 기형적 변형을 조장해 온 정치권의 원죄에 무슨 속죄라도 하는 양처럼,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처한 수세적 한계가 너무나 선명하기 때문에 틀린 말을 듣고도 귀를 씻으며 인내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선거 '공천폐지'가 정치의 핵심쟁점으로 떠올라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도 그렇다. "공천조항을 신설하면 지방은 중앙정치에 휘둘려 자치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애원을 했건만 끝내 지방자치의 풀밭에 고엽제를 뿌린 꼴이 되지 않았는가. 그때도 그랬다. 지방자치는 누구나 아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진짜 아는 게 아니었고 하도 많이 들어 익숙해진 것뿐이었으리라. 몇 번의 경험으로 익숙해진 것들을 아는 것처럼 지식으로 애써 포장하면서.

/김회창 인천 동구의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