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노조가 경영정상화에 힘쓸 때', '노동자 투쟁 매도 말라' '정리해고 철폐.GM매각 반대'를 내세운 대우차 노조의 산곡성당 농성이 40여일간 계속 되는 가운데 노조의 투쟁노선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방송대 김기원(경제학) 교수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대우자동차 부활을 위하여'라는 글.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절망공장' 대우차가 살아나려면 구조개혁.고용조정은 불가피했다'며 '복직은 정권퇴진 투쟁이 아니라 경영정상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노사갈등을 중단하고 경영진.사무직.생산직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투쟁에 대해 '해외매각보다 독자 발전이 가능하다면 더 나을지 모르나 무리하게 뻗대다간 쪽박마저 놓친다'며 '지상명제는 경영정상화고 나머지는 다 수단이므로 찬밥 더운밥 지나치게 가리지 말자'고 충고했다.
그는 '외국자본 눈치 살피느라 노동자들에게 본때를 보이라고 경영진을 압박하는 정부.채권단이나, 투쟁을 위한 투쟁을 부추기고 무책임하게 지도하는 노동계 일각은 대오각성해야 마땅하다'며 대우차 바깥을 향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대우차 공기업화를 지지하고 철저한 재벌개혁을 주창하는 등 그간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활발히 활동해온 김 교수가 노동계까지 화살을 날리자 민주노총은 당혹해하며 즉각 반박성명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민노총은 '김 교수가 경제논리로만 사태를 재단해서 힘없는 노동자들의 몸부림을 매도하고 있다'며 특히 '민노총 등 상급단체 활동은 투쟁했다는 알리바이 만들기였다'는 김 교수 지적에 대해 '등 뒤에서 꽂는 비수가 더 아프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도 바로 민주노총(nodong.org) 게시판에 답장을 실어 '(민노총)간부들조차 투쟁으로 정리해고를 철회시킬 수 없다고 알면서도 투쟁하는 것은 심하게 표현하면 알리바이 만들기'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해고된 근로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대우차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고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노동계의 현 투쟁이 오히려 '대우차 회생을 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쟁이 계속되면서 사이버상에서도 이들의 의견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자신을 '대우차 (노조)간부'라고 밝힌 사람은 노조(dwno.or.kr) 게시판을 통해 ' 우리라고 경영정상화 고민을 안했겠느냐. 우리가 경영혁신안 만들 때 사측은 일방적으로 고용조정을 들어왔다'며 '잘린 우리들 심정을 알기나 하느냐'고 항변했다.
반면 직원 김대호(38)씨는 ''노조의 저항으로 해외매각이 곤란해지면 정부.채권단이 노조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노조측 발상은 '대마불사' 관행의 유산일 뿐'이라며 '노사대립에 따른 판매부진.가동률 하락이 계속되면 정부는 부평공장의 비효율성을 들어 공장을 아예 청산하자고 나설 것'이라고 통박했다.
김 교수와 노조측은 오는 6일 인천여성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대우차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펼쳐질 열띤 논쟁이 주목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