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감시자들'의 공동 연출을 맡은 조의석(오른쪽)·김병서 감독. /연합뉴스
감시과정 디테일한 묘사위해
도시 규모 걸맞은 액션 기획
선후배간 다진 신뢰로 '호흡'
10년의 꿈 한번에 이뤄진 듯


"젊은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관객층이 다양할지 몰랐어요. 무대 인사 다니다 보니까 노부부나 가족 관객이 많더라고요. 감사할 따름이죠."

영화 '감시자들'이 27일 누적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논현동에 있는 제작사 '영화사 집' 사무실에서 만난 조의석(37)·김병서(35) 감독은 "이렇게 흥행할 지는 몰랐다"며 "얼떨떨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이 영화를 공동 연출했다.

원작인 홍콩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를 처음 본 사람은 김병서 감독이었고 절친한 조의석 감독에게 리메이크 아이디어를 냈다.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조 감독은 함께 일하던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에게 얘기했고 이 대표가 즉시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영화계에서도 형제가 영화를 같이 만드는 경우는 많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사람이 만나 공동 연출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빠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영화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마음을 맞추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 감독은 "우리도 많이 싸웠다"며 웃었다.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촬영 전공 선후배로 만나 15년 넘게 키워온 우정과 신뢰는 형제 이상으로 단단했다.

'감시자들'은 원작인 '아이 인 더 스카이'보다 액션 스케일이 훨씬 더 큰 결말을 비롯해 감시 과정이 훨씬 더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묘사된 점이나 감시반원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그려진 점 등에서도 원작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홍콩과 서울은 도시 자체가 다르고 밀도 차이가 있으니까 우리 영화의 규모도 더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액션 규모도 커져야 하고 서울이란 큰 도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서울시 전도를 사다가 붙여놓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또 원작에서는 감시반 캐릭터들이 목표를 위해 도구화되어 있는데, 각 캐릭터를 조금 더 명확하게 만들어서 팀플레이를 살리고 싶었죠."(조의석)

"원작에선 감시라는 상황이 그렇게 디테일하게 묘사돼 있지 않거든요. 우리는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습니다."(김병서)

조의석 감독은 '일단 뛰어'(2002)로 스물여섯 살에 일찍 데뷔했지만, 두 번째 작품 '조용한 세상'(2006)까지 잇달아 흥행에서 쓴맛을 봤다.

김병서 감독 역시 2003년 영화계에 발을 들여 촬영감독으로 10년간 일했지만,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10년 동안 꿈꿔왔던 일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희를 믿어준 이유진 대표와 배우들, 스태프에게 고맙다"며 조 감독은 김 감독에게, 김 감독은 조 감독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수줍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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