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문화재 보존·복원사업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29일 남구 등에 따르면 구가 2011년부터 추진중이었던 남구 학익동 OCI(옛 동양제철화학) 본관 인근 극동방송 사옥에 대한 등록문화재 등재가 사실상 무산됐다.
소유주인 OCI측이 극동방송 사옥이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포함된다며 등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1955년 당시 복음주의방송국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극동방송 사옥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방송 송출지로 유명하다. 극동방송 사옥은 총 8개동으로 이중 1개동은 현 소유주인 OCI 노동조합 사무실로 사용중이다.
지금은 OCI가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세운 DCRE가 시행중인 용현·학익1블록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포함돼 철거를 앞두고 있다.
구는 2011년 인천시 문화재위원회 실사를 통해 극동방송 사옥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확인하고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재, 인천아트플랫폼과 같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구는 DCRE측에 극동방송 사옥을 철거하지 말고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최근 DCRE가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를 받으면서 등록문화재 등재를 최종적으로 거부, 사실상 계획이 무산됐다.
극동방송 사옥은 임대아파트 및 학교용지에 포함되는데, 설계를 변경하기 위해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남구는 최근 1천700억원대 세금 문제로 OCI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진터라 등록문화재 추진을 강력하게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구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기부 차원에서 등록문화재 추진에 협조를 바라고 있지만 최근 불거진 세금 문제가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다"며 "등록문화재는 소유주의 동의없이는 등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지켜만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CRE 관계자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으면서 등록문화재 추진은 할 수 없다고 남구에 최종 통보했다"며 "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밖에 인천시 기념물 1호인 문학산성 복원사업도 지표조사만 마쳤을 뿐 시굴 및 발굴조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구는 비류백제의 유적들이 문학산성 안에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학산
정상부에 자리잡은 군부대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9년 유실된 일부 성곽에 대한 보수작업만 마쳤을 뿐이다.
구 관계자는 "복원·정비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계양산성의 모습과 비교가 된다"며 "물리적인 복원보다는 다양한 역사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학산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복원 여론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문화재 보존·복원사업 마음대로 못하는 인천시 남구
소유주 OCI 거부 극동방송 사옥 등록문화재 등재 무산
시 1호 기념물 문학산성도 군 부대 반대 발굴·정비 못해
입력 2013-07-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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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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