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급여통장에서 쉽게 돈을 찾을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 근무중인 회사를 빠져나가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99년 4월부터 인도네시아 출신 산업연수생 3명을 고용한 남동공단 H소재는 요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산업연수생중 D씨(23)가 외출한다며 기숙사를 떠난 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후 회사측은 D씨의 행방을 알아보기 위해 회사에 맡겨놨던 '외국인연수생종합통장'을 확인했으나, D씨는 이미 기업은행 포천지점에서 적금과 급여통장을 해지해 357만2천여원을 인출해 갔다.
 내국인이 적금을 해지할 때는 신분증, 통장, 도장이 필요하지만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발급한 외국인등록증 하나만으로 쉽게 적금을 해약할 수 있다. D씨는 오는 27일 2년간의 산업연수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H소재 관계자는 “지난 2년여동안 직원들이 친형제처럼 아끼면서 함께 일을 했는데 배신하고 달아나니 너무 허탈하다”며 “인권보호나 불법취업방지 명분도 좋지만 불법 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는 현제도를 하루빨리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지역의 경우 남동공단과 주물공단 지역 등 제조업체에 4천여명의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일하고 있으나 이중 15% 가량인 600여명이 이런 제도상의 맹점을 이용해 사업장을 이탈, 불법 체류자로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주로 고용하는 '3D 업종' 사업장들은 이탈자가 발생할 경우 인원을 보충하기 힘들어 인력난에 더욱 시달린다. 산업연수생 이탈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3개월이 지나야 인원을 배치받을 수 있는데,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외국인 불법 취업자 증가를 우려해 1년이상 VISA(입국사증)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인천지부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들이 당장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고용하지 못할 경우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며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막기 위해선 전처럼 산업연수생들이 추천서와 증빙서류 등을 제출해야 적금을 찾을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車埈昊기자·Junh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