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냈다 여론의 몰매로 스타일만 구겼다. 비용 축소를 담보하는 군살빼기가 유일한 해법이다. 하나, 국민, 신한금융의 임원급여 삭감을 신호탄으로 뱅커들의 연봉 줄이기 도미노가 예고되었다. 은행원들의 평균급여는 1억원으로 지난 8년동안 무려 60%나 오른 데다 증권, 보험, 카드사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 이유이다. 인력 감축도 고려대상이다. 은행원수는 2002년 11만8천600여명에서 현재는 13만4천700여명이다. 그러나 은행노조가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커 구조조정은 시늉만으로 마무리될 개연성이 높다.
점포 축소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인구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7천800여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영업점과 현금인출기(ATM) 이용자수가 현격히 줄어든 것은 또다른 이유이다. 인터넷뱅킹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직접적 배경이다. 그 중심에 모바일뱅킹이 자리하고 있다. 3월말 현재 국내 모바일뱅킹 등록고객수가 4천만명을 돌파해 불과 1년전에 비해 무려 70%이상 격증했다. 유무선 인터넷뱅킹 인구수는 8천940만명으로 하루 거래액수도 1조원을 능가, 전통적인 어음수표 결제규모보다 더 커졌다. 오프라인창구에서 온라인창구로, 면대면 업무에서 비대면 업무로 은행권의 결제시스템이 변한 것이다.
초고속 통신망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 확대가 결정적이다. 시간절약은 물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접속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은행들의 경쟁적인 인터넷뱅킹 우대전략은 금상첨화였다. 은행수지는 물론 국가경제적으로도 순기능이 커 정부도 사이버결제 제고에 한몫 거들었다.
스마트폰 기능이 갈수록 업그레이드되어 조만간 '손안의 금융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이 도를 넘어선 데다 해킹과 고객을 위조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피싱' 등 금융사기의 기승은 점입가경이다. 위변조된 무수한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들이 사이버공간에 기뢰처럼 떠돌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해킹 앱을 이용한 계좌접속시도 건수도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해커들의 공세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IT보안전문가의 "신종 사이버 금융사기수법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고백은 충격적이다. "당신 돈은 밤새 안녕하신지요?"를 실감한다.
공인인증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인인증서란 전자결제와 전자정부 등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때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일종의 전자인감이다. 그런데 공인인증서 구동에 필요한 '제큐어웹 엑티브엑스'에서 취약점이 발견된 것이다. 키보드 보안프로그램으로 보급한 '엔프로텍트'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안랩 창업자 안철수 의원까지 현행의 공인인증제를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젊은 금융소비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공인인증서 정부독점제도를 수정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발의한 상태이다. 한편에서는 현행 공인인증서제도가 국내 보안기술의 낙후를 부채질한다며 거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기관별로 제각각의 본인인증방법을 요구할 수밖에 없어 번잡과 혼란은 물론이고 중복투자에 기인한 자원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어 고민이 크다. 업계의 이해와도 맞물려 제도변경이 쉽지만은 않을 예정이다.
금융업에서 신뢰는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금융보안사고는 고객 개인과 금융사뿐 아니라 국가경제 기반마저 흔들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안전은 언감생심이고 창조경제와도 거리가 먼 은행권의 구태의연한 슬림화 타령에 실망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