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조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이 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잇시티 기본 협약 해지에 따른 종합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최소 자본 없어 잇단 시한연장 신뢰잃은 에잇시티
SPC설립 후 '자본금 잠식설' 500억원도 마련 못해
'개발행위제한 완화' 카드 내놨지만 실효성 '의문'


용유무의 개발사업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인천시가 켐핀스키(K컨소시엄)와 2007년 기본협약을 맺으며 공식화한 사업이 7년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원인은 뭘까. 무엇보다 인천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민간에 끌려다녔다는 데서 1차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개발사업 시행예정자인 (주)에잇시티는 자본조달 능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였고, 여러 차례 말바꾸기를 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인천시의 말과 민간 사업자의 청사진을 믿고 토지보상만 기다려온 주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인천시는 '용유무의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또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 무능한 SPC… 말뿐인 인천시

인천시와 K컨소시엄이 용유무의 지역을 개발하는 기본협약을 맺은 건 2007년 7월이다.

이후 7년간 'SPC 설립 실패'(2008년), '민관합동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컴퍼니(PMC) 설립'(2009년),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잇시티 설립'(2011년), '영국 SDC 그룹 10억달러 투자 MOU 발표… 실패'(2012년), '사업협약 해지'(2013년)의 수순을 밟았다. 각 단계별 쟁점은 민간 사업자의 '최소 자본금 확보'였다.

인천시는 최소 자본금이 500억원 정도는 있어야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개발사업 시행예정자는 7년간 500억원의 자본금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SPC 설립 기한은 10차례 연장됐고, 재원조달 시한은 3차례 연장됐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2011년 12월에 설립된 (주)에잇시티의 초기자본금은 63억원이었다. 여기서도 K컨소시엄쪽이 출자한 돈은 총 자본금의 3분의1 수준(200만달러)이었다.

SPC 설립 후 1년정도 지난 시점에서 '자본금 잠식' 얘기가 흘러나왔다. 심지어 SPC의 한 고위임원은 신용불량자여서 가족명의 통장으로 월급을 받아간다는 말도 나왔다.

300조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겠다던 개발사업자 시행예정자가 수백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사업협약 해지 통보가 이뤄졌다.

(주)에잇시티 설립을 앞두고 인천시는 이 사업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주도로 이끌어나가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컨트롤타워로서 '낙제점'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종철 인천경제청장은 2011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SPC는 개발사업 시행예정자 지위를 갖고 출발할 것이다.

중요한 행정절차와 계획수립은 인천경제청이 주도하고, 투자유치는 공동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사업주도권을 확보할 능력과 의지가 부족했다.

이종철 청장은 담당 직원에게 '용유무의 개발사업 투자수익률을 산정하게 하라'고 수차례 지시했지만, 작년 10월 투자설명회가 열릴 때까지도 투자수익률 등 사업성 분석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투자유치 실적은 '0원'이었다. 중국 강하이 그룹, 중동 알파단 그룹 등이 '대형 투자'를 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일부 지역에는 송영길 인천시장까지 찾아가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 주민 핵심 요구 빠진 '종합대책'

인천시가 용유무의 사업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종합대책을 함께 내놓은 건 주민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애초 인천시는 지난 달 초에 사업협약 해지를 발표하려 했지만 주민들 반대로 발표 시기를 연장했다.

당시 주민들은 인천경제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협약해지가 신문에 나가는 순간, 은행들 바로 경매들어올 거다", "협약을 해지하더라도 대안이 있어야 된다"고 인천시를 강하게 압박했다.

용유무의 사업구역에 토지를 소유한 이들은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의 회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매로 인해 재산상 큰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인천시는 오는 30일 개발행위제한을 전면 완화하겠다고 했다.

또 유원지와 관광단지로 묶여있는 곳은, 최소한의 법적 소요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30일 해제한다고 종합대책에 명시했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는 동안 건축행위 등을 규제했던 것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의 이 같은 대책이 토지주의 불안감을 얼마만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천시 역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은행쪽에 연락해 행위제한 완화와 관광단지 해제가 이뤄지고 민간제안사업 공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용유무의 난개발 우려

인천시는 부분개발에 따른 '소규모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모가 시작될 민간제안사업의 최소면적을 10만㎡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사업시행자의 사업수행능력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녀바위 주변 등 국·시유지 비율이 높고, 경관이 우수한 바닷가 인근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많다.

개발행위제한 완화와 관광단지 해제에 따른 토지보상비 상승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올 연말까지 민간제안사업이 이뤄지지 않는 지역의 토지주 가운데,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이들은 '난개발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인천의 한 개발사업 전문가는 "용유무의 대부분의 땅은 경관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경사지가 많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공모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지역은 여전히 대안이 없는 상태로 갈 가능성이 커 난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