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폭격 훈련에 따른 피해 보상 여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빚어졌던 '매향리 사건' 재판에서 주민들이 승소했다.
주한미군의 훈련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집단적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재 진행중인 국가의 매향리 주민 피해 보상 심의와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37단독 장준현(張準顯) 판사는 11일 매향리 미 공군폭격 주민피해대책위원장 전만규(45) 씨 등 경기 화성군 매향리 주민 14명이 인근 쿠니사격장의 미군 전투기 사격 훈련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국가는 주민들에게 1억3천2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민들이 그동안 공업지역에 해당하는 소음수준에 노출돼 신체적, 정신적 피해와 생활에 방해를 받아온 만큼 미군 훈련의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주민들이 소음피해 대책 수립을 국가와 미군측에 요청하기 시작한지 20년 이상동안 피해 감소책을 취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피고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의 명령에 따라 매향리 일대 소음피해를 측정한 아주대 연구팀은 "매향리 일대의 소음은 청력손실을 유발하는 수준"이라는 감정 결과를 제출한 바 있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이석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처음으로 주한미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매향리 주민들은 1952년 마을 한복판 농지 29만평과 인근 해상 690만평을 미공군 사격장으로 제공한 뒤 미군 전투기의 기총 및 포탄투하 훈련으로 인한 오폭 사고등으로 상당수 주민의 인명피해와 가옥 훼손, 소음 피해 등을 입었다며 국가에 배상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98년 2월 소송을 냈다.
소송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5월 미군 훈련도중 폭발음에 놀라 대피하던 주민이 부상하고 주택에 금이 가는 등 피해가 생기자 주민들이 사격장 이전등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며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여론이 일었다.
한편 현행 한미행협은 미군의 불법행위로 인해 우리 국민이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한미행협에 대한 개정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