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잘 사는 유럽은 휴가에 관대하다. 독일은 결혼기념일도 하루 쉬고 스페인, 룩셈부르크는 이삿날도 하루 휴가다. 결혼 휴가는 2주, 여름휴가는 보통 한 달이다. 프랑스의 경우 6천만 인구의 약 절반이 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을 전후해 평균 5주간의 바캉스 대이동을 개미떼처럼 시작한다. 그런 대 출발을 '그랑 데파르(grand depart)'라 하고 그 이동 모습을 '라 트랑쥐망스(la transhumance)'라 한다. 개미떼가 아니라 양떼다. 그 엑서더스로 도시는 공동(空洞)화, 고스트타운(유령의 도시)이 되고 따라서 언론 인력과 뉴스 감이 부족해 신문 지면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니 영국의 로열 베이비 탄생(7월 22일)은 물론, 출생 신고 또한 근사하고 큰 뉴스다. 왕자 출생 열흘만인 지난 2일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세손비는 출생 신고를 했다.

그런데 아기의 풀 네임이 '프린스 조지 알렉산더 루이 오브 케임브리지'고 아빠의 직업은 그냥 '영국 왕자(prince of the UK)'다. 출생계에는 윌리엄 왕자가 서명했고 주거인 켄싱턴(Kensington)궁전을 관할하는 웨스트민스터 등기소 관계관이 입회했다고 했다. 그런 언론 보도는 시시콜콜 한계도 없다. '윌리엄은 아기가 무거워 다행이며 아내를 닮아 더욱 다행이라고 말했다' '캐서린은 맨 처음의 기저귀를 왕자가 갈아줬는데 능숙했다며 웃었다'는 등. 휴가철 영국 언론의 이성이 한 바퀴 팽그르르 헛돈 것처럼 보인 건 또 윌리엄 부부를 빼닮은 커플을 전국적으로 물색해 출산 3일 전인 7월 19일부터 입원예정 병원 앞에 세워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모자라 왕자 출산에 너무 흥분, 이튿날 하루 신문 제호(The Sun)를 아예 'The Son'으로 바꾼 언론이라니!

한국 언론은 또 멋도 모르고 '유럽 산모들은 골반이 크고 통뼈라 출산 즉시 샤워하고 퇴원한다'고 보도했다. 그건 아니다. 영국의 경우 출산 의료비를 나라가 부담한다. 따라서 독실 요금 외엔 무료지만 국가는 최저한의 기본 의료 서비스만 제공하게 돼 있다. 1박2일 퇴원 후엔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산후 몸 상태와 합병증, 우울증 여부 등을 체크해 주게 돼 있다. 너무 더워서인가 언론들까지도 가지가지로 흥미롭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