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모든 차별은 사회적 갈등과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된다
차별과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고
차이에서 배울수 있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종교차별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2008년에 크게 사회문제가 되었던 공직자들의 종교차별 언행으로 인해 생겨난 교육이다. 일부 공직자들이 특정 종교를 비하하거나 무시하기도 했고, 근거 없는 비방과 억측으로 반발을 사는가 하면, 자신이 믿는 종교만을 우대하거나 특혜를 주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공직자들이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모든 종교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규정이 공무원 관련 법령에 추가되었다. 종교에서도 차별이 중대한 문제가 된 것이다.

종교차별이나 종교편향이 된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특정 종교를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거나 자신이 믿는 종교만을 절대화하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공직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종교 차별적 언행을 함으로써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다. 예컨대 공립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의식을 강제하거나 공공기관에서 특정 종교에 재정적 혜택을 주는 것, 혹은 공공단체에서 특정 종교인을 우대하여 채용하는 것 등이다. 또한 공직자가 특정 종교를 '사이비 종교'나 '이단'이라고 비방하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모든 차별이 그러하듯이 종교 차별도 차별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종교의 자유는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며,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종교이든 간에 그의 종교가 절대적 신념체계이자 절대적 가치이다. 종교차별은 바로 그러한 자유의 침해이며 종교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훼방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종교차별은 종교인들의 공동체에 위해를 끼치고, 그로 인해 사회적 분쟁으로 치닫는 갈등을 일으키게 되며, 심지어 전쟁도 불사하게 된다. 종교 분쟁의 참담한 비극을 전쟁의 역사가 증언하고 있고, 오늘날에도 세계 도처에서 증명되고 있지 않는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많은 종교가 공존하는 전형적인 종교다원사회에서는 종교인들 사이에서, 그리고 종교인들과 비종교인들 사이에서 상호 종교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내가 자유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종교를 절대적으로 신앙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의 종교를 그렇게 신앙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종교를 믿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종교를 믿는 자유도 보장된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서는 종교가 달라도 같은 국민이고 시민이며 이웃이 될 수 있다. 한 가족 내에서도 아내와 남편의 종교가, 부모와 자식의 종교가 다를 수 있다. 마치 인종이 달라도 같은 국가의 국민일 수 있듯이, 자라난 문화가 달라도 다문화 가정을 이룰 수 있듯이, 종교다원사회에서는 다종교 가정도 생길 수 있다. 인종차별과 문화적 편향이 심각한 범죄와 부도덕으로 취급되듯이 종교차별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차별과 편향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필수적이다. 무지가 오해를 낳고, 오해가 차별과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종교학회에서 펴낸 한 책자에 '종교적 문맹'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글을 모르면 문맹이라고 하듯이 종교에 대한 무지를 종교적 문맹이라 지칭한 것이다. 이 책자에서는 종교적 문맹으로 인해 편견과 적대감이 생겨나고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 협력을 방해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내가 믿는 종교뿐만 아니라 나의 이웃이 믿는 종교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믿는 종교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종교학자이기에 종교를 중심으로 말했지만, 차별은 종교 문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성차별, 인종차별, 민족차별, 지역차별 등등 모든 종류의 차별은 무지의 소치이고, 그 무지가 분쟁의 원인이 된다. 서로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고, 차이를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적을 이기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차별을 극복하여 평화로운 공존과 바람직한 협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