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처음으로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올해 2분기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말 963조8천억원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가계부채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6월말 부동산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주택거래량이 급증하며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6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규모인 469조9천억원이다. 전월 대비 증가폭 5조8천억원은 6년7개월만에 최대치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5월 6천400호(戶)에서 6월 9천호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조8천억원 증가한 320조4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계 빚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올해 안에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부진에 따른 생계형 대출도 올해 가계부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가계부채 연간 증가액이 50조원 안팎이었던 것에 비춰볼 때, 올해도 40조원 이상의 증가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7년(59조4천억원), 2008년(59조5천억원), 2009년(54조8천억원)에는 가계부채 증가액이 50조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47조6천억원 늘었다.

가계부채 연간 증가액이 60조원을 넘은 경우도 지금까지 세 번 있었다. 2006년(62조3천억원)과 2010년(67조3천억원), 2011년(73조원)이다.

최근 수년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경제성장이나 소득증가세를 앞질렀다.

1999∼2012년 국내총생산은 연평균 7.3%,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5.7% 늘었지만,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집계 방식에 따라 이미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훌쩍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부채는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밝힌 올해 3월말 가계부채는 961조6천억원이다. 이는 가계신용에 해당하는 수치로 한국은행에 보고하는 모든 금융기관이 보유한 가계부채를 합한 것이다.

비자영업자 가구, 자영업자 가구, 비영리단체를 모두 포괄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모든 부채를 지칭하는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상 가계부채로 보면 3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천157조원으로 훌쩍 뛴다.

여기에 임대보증금 부채(312조원 추정)까지 고려하면 올해 3월말 가계부채가 1천500조원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임대인·임차인의 부채가 중복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인식하면서도 아직 '부채대란'에 이르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다 채무자의 부채액 비중이 커졌다"며 "특히 저소득, 하위 신용등급 채무자 비중과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회복대책과 소득향상대책, 서민금융대책을 다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이 연체까지 고려해 금리를 결정하고 연체 시 채권자와 채무자가 쌍방으로 손실을 분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