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
저소득층 자녀 많은 학교 선정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투입
아이들 문제점 진단하고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 심어줘


2013년 6월 28일자 연합뉴스는 "초대 주민 직선 교육감 취임 3주년을 맞이하여 인천시교육청(교육감·나근형)은 2013년 교육취약 아동 청소년의 삶의 질 향상 및 교육적 성취 제고를 위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에 총 152교 지정 운영, 115억8천300만원을 투입했다고…(이하 생략)"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인천광역시 교육청이 정작 큰 예산을 들여 교육복지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 보도자료를 읽어 본 사람조차도 해당 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으로서 다소 길고 난해하지만 '교육복지 우선 지원사업'으로 줄여 쓰기도 한다. 2003년 서울과 부산의 8개 지역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었으며, 2005년 인구 50만 이상 광역시로, 2006년 인구 25만 이상 중소 도시로, 2008년 인구 제한 없이 100개 시 지역으로 사업이 확대되었으며, 인천시는 2005년에 참여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 IMF 사태이후 소득 불평등의 정도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감소되고 빈곤층이 확대되었으며 다문화 가정 등 새로운 사회적 취약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급격한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일으키는 가정 기능의 약화 때문에 유소년들이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며 성장하면서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되고,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학습능력도 저하되었다. 따라서 저소득 소외 계층의 자녀들에게도 중산층 자녀들에게 주어진 것과 동등 이상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기회균등 노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필요성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가 많이 재학하는 학교를 투자우선 지역 학교로 선정하여 지역사회교육 전문가를 투입하고, 이들이 주민자치센터의 사회복지사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교사와 협의하고, 가정방문 등을 통하여 지원대상 학생을 찾아낸 다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들이 처한 상황진단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지원한다. 결국 해당 학생들은 자기를 이해하고 돌봐 주는 교사와 지역사회교육 전문가를 신뢰하게 되면서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을 얻게 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뉴스레터로 발행되고 있는 2013년 판 세빛나래를 들여다보면 이 사업이 소외계층 자녀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재탄생시키는 사례를 만나 볼 수 있다. 부산 금빛초등학교의 분노조절 프로그램, 충남 논산·계룡 교육지원청이 관내 9개 참여학교를 묶어 시행한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의 입체성이 돋보인다. 담임교사와 학생 사이를 멘토와 멘티로 연결시켜 부모의 학대로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를 보통의 아이로 변화시키는 기적의 사례는 감동 그 자체이다. 인천 강화여중의 북멘토-북멘티 프로그램, 대전 법동초등학교의 '힐링터치'를 통한 사제간의 신뢰형성, 인천 남구 관교·주안 지역의 3개 초등학교 학생과 3개 중학교 학생간의 1대1 결연을 통한 '지역교육 공동체, 우리마을 행복학교'도 눈에 띈다. 수원 권선중학교의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비보이 교실, 경남 진주 봉원중학교의 자기주도 학습력 향상을 위한 비전프로그램 정착 사례도 보인다.

인천 상인천중학교의 '사과데이' 이벤트, 상정중학교의 교육복지실 활성화, 송월초등학교의 '책사랑 꿈터', 대전 유천초등학교의 '희망키움 동아리' 활동, 경남 한려초등학교의 '부자힐링 캠프' 등도 성공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경기도 신곡초등학교의 어린이 서포터스를 결성한 교육복지실 활성화, 인천 석정중학교의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협력하는 '아름다운 동행', 한길초등학교의 교육복지 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하는 환경보호 봉사활동, 광주 각화초등학교의 독거노인들에게 생신상 차려드리기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게 된다. 특히 인천의 신현여자중학교는 팬시우드, 리본공예, 네일아트 등의 동아리 활동을 시도하면서 미래 직업을 선택키 위한 준비과정으로 활용하는 신선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교육복지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긴 하지만 10년의 세월로 단련된 지금까지도 단편적 프로그램 운영에 치우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가까운 장래에 입체적으로 체계화된 교육복지 사업을 보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